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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철, "일식이는 시대상황이 만든 의병.. 역사에 책임감 느꼈죠"
-"5명의 주인공중에서 김희성(변요한)이 가장 짠하게 느껴진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배우 김병철(44)은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으로 김은숙 작가의 페르소나가 됐다. 특정 감독이나 작가의 페르소나는 작품의 ‘양’으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다. 작가의 의도와 메시지를 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질’이 더 중요하다.

김병철은 조연임에도 김은숙 작가가 만든 확실한 캐릭터에 캐스팅된다. 그래서 분량과 관계없이 극 전체에 강력한 존재감을 만들어낸다. 이에 화답해 김병철은 작가 의도를 극대화해 시너지를 창출한다.

김병철은 2016년작 ‘태양의 후예’ 이전만 해도 김은숙 작가를 몰랐고 이응복 감독도 몰랐다. 오디션을 통해 ‘태양의 후예’에 참가했다. 김 작가는 김병철의 연기를 긍정적으로 봤다고 한다. 분쟁지역인 우르크에 파견된 태극부대를 총지휘하는 대대장인 특전사 박병수 중령을 흥미있게 표현해냈다.

“박병수는 다부진 체격과 매서운 눈빛에서 전쟁 중인 군인의 살기가 엿보이지만, 말빨이 안먹힌다. 주인공의 상사이면서 누군가의 부하인 중간 관리자다. 위에서는 다른 지시를 하고, 부하가 능력이 뛰어나 다룰 수 없다. 명령은 해야겠고, 부하 말도 맞고. 완전히 끼어있는 중간간부의 비애를 그려 공감을 준 것 같다.”


‘도깨비’때는 더 중요한 배역을 맡았다. 등장부터 파격적인 비주얼이었다. 고려 시대 왕여 옆에서 김선(유인나)과 김신(공유)을 죽음으로 내몰고 900년간 귀신으로 구천을 떠도는 간신 박중헌 역할이었다. ‘도깨비’가 김은숙 작가의 전작들에 비해, 종반에 느슨하지 않고 극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하면서 쫄깃해진 데에는 모든 음모를 꾸민 국자감 실력자로 귀신으로 재등장하는 박중헌(김병철)의 활약이 크게 작용했다.

“고려말, 원하는 걸 얻기위해 정당성을 찾으려는 인물이었다. 그 사람 말중에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냐는 말이 있다. 신분사회의 딜레마를 뚫고나오겠다는 그 불만을 이해하고 공감은 했다. 다만 왜곡된 방식으로 표출해 문제가 된 것이다. 자신의 악행이 악행이라고 느끼지 않는 악역이었다. 그럴 수도 있겠다고 하면서 연기했다.”


‘미스터션샤인’에서 김병철은 춘식(배정남)과 함께 전직 추노꾼이자 전당포 ‘해드리오’를 운영하는 일식이를 맡았다. 지극히 평범한 조선의 민초지만 끝까지 살아남아 의병활동을 도우는 중요한 역할이다.

“일식이는 처음부터 의병은 아니었다. 먹고 살기위해 추노를 했다. 사람을 잡아오라는 일을 받고 갔는데, 그 아이가 너무 떨어 놓아주었다. 일식이와 춘식이의 행동 전환점이다. 밥을 굶지 않고 사는 것이 중요했다. 시대적 상황이 만든 어린 소년을 외면할 수 없었다. 일식이는 원래의 기개와 의지보다는 상황에 의해 만들어진 캐릭터다. 유생들이 대거참가한 의병장은 국가 걱정을 많이 하겠지만, 우리는 먹고 사는 게 힘들어지는 상황이 발생한 게 결국 힘으로 묶여져 의병 활동이 됐다.”

김병철은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 역사에 좀 더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민감한 소재여서 잘해야 된다고만 생각했다. 마지막에 함안댁 같은 민초들의 의로운 죽음이나, 민초들이 애신을 막아준다거나 태극기에 수결하는 장면을 보면서 책임감을 느꼈다.시청자로서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일식이와 춘식이는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끈질기게 살아남는다. 그는 마지막에 의병활동에 가담해 뭔가 할 것이라는 정보만 알고 있었다.

“일식이가 마지막에 일제에 맞서는 폭파에도 참가한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의병 활동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 못했다. 막상 그런 행동을 한다는 걸 알고 그런 연기를 직접 해보니, 지금 이 시대를 사는 한사람으로서 과거의 그런 선조들에게 감사하고 그들을 기억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김병철은 함께 연기한 9살 연하 배정남과의 호흡이 너무 좋아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 그는 “후배들과의 작업이 재미있었다. 배정남은 밝고 춘식이 강점을 잘 표현했다. 내가 필요로 하는 걸 요구하기 보다는 상대방이 충분히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좋다”면서 “이건 배려라기보다는 조건이다. 그래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물론 후배와 의견이 다를 때는, 내가 조금 제안해 볼 수 있다. 그런 식의 소통이다”라고 말했다.

김병철은 5명의 주인공중에서 김희성(변요한)이 가장 짠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주인공 각자가 슬픈 사연, 아픈 죽음이라는 결말을 맞았다. 특히 희성의 죽음이 마음속에 밟혔다. 사랑하는 애신과 연결된 것도 아니고, 동매처럼 히나를 좋아하는 것을 확인한 것도 아니다. 희성은 그렇게 안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의로운 길을 갔다.(친일파들이 어떤 짓을 했는지 기록으로 남겨 후세들이 알게 했다) 내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를 생각하게 했다.”

김병철은 ‘태양의 후예’ 이전에는 영화와 연극을 병행했다. 지금은 드라마가 중심이 됐다. “배우란 연기하면서 사람 사는 걸 표현하고 이를 통해 사회에 발언한다”는 그는 김은숙 작가와 이응복 감독에 감사의 말을 전했다.

“김은숙 작가는 훌륭한 대본을 쓰는, 연기자 입장에서 너무 즐거운 작가다. 김 작가 대본은 유머 지수가 높고 삶을 돌아볼 수 있다. 세상과 거리를 둘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나오는 유머들이 대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녹아있다. 이응복 감독은 섬세한 감각을 지닌 연출자다. 디렉션을 많이 하지 않고, 한마디씩 던진다. 그런데 그게 결정적인 거다. 해결이 안되면 흔들릴 수 있는 걸 건드려 나를 생각하게 만들어 결국 내가 가진 것 이상으로 끄집어낸다. 편집도 섬세하게 하더라.”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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