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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 부동산시장의 규범 확립과 허위 매물 검증
몇 년 전 미국 출장에서 주차요금이 선불인 것을 모르고 주차했다가, 요금의 몇십배가 넘는 벌금을 물은 적이 있다. 그 후 어디를 가든 주차비 계산소부터 먼저 찾았고, 더 이상 벌금을 물지 않았다. 공공질서 유지를 위한 규칙은 규제가 아니다. 제대로 이해해서 지키면 모두가 편안해지는 사회적 약속이고 규범이다.

호객 목적의 거짓 매물, 저가매물의 고가 등록 등 부동산시장을 교란하는 행위가 주목받고 있다. 부동산 거래는 사인 간의 계약이고 매도자가 원하는 수준으로 호가를 높이는 것은 개인의 사소유권 행사 영역이다. 하지만 불순한 의도로 다수의 피해자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은 사소유권 행사의 영역을 벗어나는 부분이다.

큰 흐름의 부동산시장은 경제여건과 수급상황에 따라 변화한다. 하지만 단기간에는 일부 시장 교란 행위에 의해서도 시장불안 심리가 가중되어 가격의 급등락이 나타나곤 한다. 그 동안 부동산거래 및 유통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공인중개사제도, 부동산등기의무제, 부동산실명제, 실거래가신고제 도입 등의 투명화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왔다. 신고만 하면 개업할 수 있던 복덕방에서, 공인중개사제도로 중개업무가 전문화되었고 중간생략등기, 차명거래 등이 줄어들어 부동산소유 및 거래가격의 투명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과장광고, 허위매물, 가격 담합 등과 같이 거래가 성립되기 이전 단계의 투명화는 아직 미흡하다. 매물은 부동산 거래의 시작점이다. 단순히 허위매물 검증을 통한 부동산 투기억제나 시장 규제가 아닌 시장기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부동산거래 규범 확립과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접근되고 이해될 필요가 있다.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투명화를 통한 사전ㆍ사후 검증절차를 고도화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사전절차는 소비자가 허위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제공시스템을 고도화하는 형태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우선 매물소유자와 중개인의 실명, 매물의 상세정보가 있는 경우만 등록할 수 있도록 등록기준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이는 규제가 아니라 매물등록자가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의무로서,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참고 자료를 제시하는 데 필요하다. 상세 매물등록정보는 건축물대장, 실거래가정보 등의 공공 빅데이터 및 시세산정시스템 등과 연계하여, 매물정보의 사실관계 확인, 매물의 상세 특성에 따른 실거래가나 시세와의 격차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일반에게는 물적정보와 호가, 가격격차 정보만 게시되도록 한다.

사후절차는 매물로 등록된 정보가 거래된 이후의 실거래가 정보, 주민등록정보 등과 연계해 허위 가격이나 자전거래 등을 자동적으로 검증하는 형태로 추진할 수 있다. 이는 과도한 시장개입을 하지 않고도 심리적 측면에서 허위매물 등의 시장 교란행위를 크게 차단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앞으로 전자계약시스템이 활성화되어 매물정보 등록과 연계되면 거래 관계자간 신원확인, 거래 및 권리관계 변동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부동산은 국민 순자산의 88%에 달하는 국민의 주거 안정 및 재산권 관리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개발, 분양, 중개, 관리, 감정평가 등 다양한 서비스산업과 연계되어있다. 사소한 요인에도 지역별로 시장상황이 다르게 변화하여 정보 비대칭과 다양한 형태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분야이다.

그 동안 소비자 보호는 그 중요도에 비해 주택수급, 투기억제 과제 등에 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허위매물 등에 대한 규제가 아닌 소비자 보호의 큰 틀에서, 부동산서비스 전반의 규범을 확립하고 종합적인 부동산소비자 보호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과장광고ㆍ분양사기ㆍ허위매물ㆍ부실감정 등이 뿌리내리지 못하는 투명하고 선진적인 시장기능이 정착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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