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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 앤 스토리]㈜스타디움 나병준대표, “연예기획사도 R&D 투자..콘텐츠가 힘”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나병준 ㈜스타디움 대표이사는 연예계에서는 알아주는 스타메이커이자 한류 전문가다. 스타 개인을 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스템을 중시했다. 배우그룹을 만들어 멀티테이너 훈련을 체계적으로 시켰다. 서강준, 공명, 강태오, 유일,이태환으로 구성된 배우 그룹 ‘서프라이저’도 그의 작품이다. 연예기획사도 R&D(연구개발)의 지속 투자의 필요성을 느껴, 액터스리그와 매니저 학교, 아이돌 독서토론회 등을 운영했다.

나 대표가 연예기획사에 R&D를 도입한 것은 톱스타가 회사를 나가도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였다.

“최근 연예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과 SM엔터테인먼트의 시총(주식시가총액)이 꾸준히 1조원을 넘어서고 있는 건 이유가 있다. 트와이스와 소녀시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연예기획사는 소속된 스타가 나가버리면 가치가 뚝 떨어지고 만다는 인식이 있었다. 시스템 보완이 필요했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부가가치의 한계점이 보였다.”

나 대표는 우리 자체의 기술과 노력, 시스템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내 수 있다면 투자자들도 어렵지 않게 모을 수 있다고 했다. 기획과 마케팅, 트레이닝 시스템이 잡혀 있다면 스타가 나간다고 해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 나 대표는 한해 영업비용 중 30% 이상을 R&D로 투입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오래전 수립한 나 대표의 이런 생각과 판단은 몇몇 연예기획사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다.

▶연예기획사에 R&D를 도입

1976년 8월 전남 나주에서 출생한 나 대표는 8살때 서울로 이사와 중고교를 졸업한 후 대학에서 서양화를 공부하고 싶었으나 주위에서 돈을 벌 수 없다고 해 산업디자인학과로 진학했다. 하지만 군복무후 복학을 하지 않고 대학을 중퇴했다. 그리고 선택한 회사가 연예기획사인 싸이더스HQ였다.

“모델에이전시에서 일하고 있던 친한 선배가 말년 휴가에서 만났는데, 나에게 매니저를 하면 잘 할 것 같다고 했다. 외국으로 가 장사를 하려던 계획을 바꿔 싸이더스에 입사했다. 그때 김혜수, 전도연의 매니너로 유명했던 박성혜(현 KBS의 자회사 ‘몬스터유니온’의 대표) 선배님을 사수로 만나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나 대표는 지진희의 로드 매니저부터 하며 현장 일을 배웠다. 정경호 등으로 구성된 ‘5개의 별’이라는 콘텐츠 기획에 참여하기도 했다. 기획과 관리능력도 갖춰 입사 7여년만인 2008년 9월 매니지먼트 본부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당시 이런 생각을 했다. 싸이더스는 전도연 등 100여명의 배우가 있는데, 매출을 400억 정도 올렸다. SM은 보아 혼자 300억 매출을 올렸다는 기사를 보고 흥미가 떨어졌다. 100명 넘는 배우가 400억, 한 명이 300억이라는 숫자에 신경이 쓰였다. 그 때에는 싸이더스가 SM보다 회사 규모가 더 컸다. 내가 SM 매니저보다 잠을 더 잔 것도 아니고, 일을 덜한 것도 아닌데..”

이게 나 대표가 싸이더스를 나오게 된 이유다. 그는 본부장 승진 1개월만에 독립해 NOA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2012년에는 사명을 판타지오로 변경해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면서 지난해 말까지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판타지오에 있을 때는 소속 연예인이 하정우 공유 임수정 지진희 정유미 정겨운 정경호 염정아 정유미 조윤희 강한나 등 쟁쟁한 배우들이 많았다. 워너원의 옹성우와 ‘얼굴천재’ 차은우가 있는 아스트로, 최유정과 김도연이 있는 위키미키, 헬로비너스 등 가수들과 배우그룹인 서프라이즈가 있었다.


▶배우의 멀티테이너화 연구

나 대표는 싸이더스를 나오자 마자 멀티테이너를 연구했다. 배우들은 연기로 인정받으면 광고 수익이 생기는데 반해 가수(음반)는 초반 투자 리스크가 크지만 해외 활동이 수익의 큰 몫을 차지한다는 데에 주목했다.

“엔터 산업이 부가가치가 높다고 하고 원소스멀티유즈라고 하는 데 배우 분야에서는 그런 말을 하기가 애매했다. 그래서 음반 매니저를 배우 쪽에도 도입했다. 부가가치를 올리기 위해서였다. 연기자가 노래하고 춤추며 공연을 한다. 그런 게 한국에서는 인식이 안돼 있었지만 외국에 가면 그 필요성을 느꼈다. 드라마 콘텐츠의 인기로는 외국 시장에 오래 못간다. 당시 배우가 연기만 잘하면 되지 왜 춤추고 노래하냐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장동근, 차태현, 이병헌, 유시원, 박용하, 이준기, 장근석도 외국에 가면 노래했다.”

그래서 나 대표가 시도한 것은 배우그룹 서프라이즈를 2013년도에 데뷔시키는 일이었다. 웹드라마 ‘방과후 복불복’로 데뷔했지만 연기와 노래, 퍼포먼스가 모두 가능한 멀티테이너였다.

“유튜브에서도 노래(가수)는 연기(배우)와 달리 언어와 관계없이 소통이 오래 지속됐다. 그래서 멀티를 지향하면서 배우들을 그룹화했다. 아이돌의 배우 버전 같은 거였다. 연기와 노래를 처음부터 겸업했다. 이렇게 처음부터 트레이닝을 받다보니 성장이 빨랐다.”

배우가 경력을 쌓아 큰 돈을 벌때 쯤이면 재계약 시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획사로서는 이 기간을 단축시킬 필요가 있다. 서프라이즈는 처음부터 웹드라마, 예능, 앨범 준비, 리얼리티 프로 자체 기획 제작 등 수많은 프로젝트에 멤버들이 직접 참가해 경험 시간을 단축시킨다. 데뷔후 조단역부터 시작해 감독에게 눈에 띄어야 하지만 서프라이즈의 경우 처음부터 연습실에서 연기 촬영, 화보 촬영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더 많은 실력을 쌓을 수 있다. 배우로서는 드물게 4~5개월간의 장기 합숙시간도 단체 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나 대표는 “상대를 배려하고, 어려움을 극복한다거나,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진다. 프로페셔널한 태도와 마인드가 심어진다”고 배우그룹 프로젝트의 장점을 설명했다.

나 대표는 지난해 7월 서프라이즈 2기를 론칭시켰다. 하지만 만족할만한 결과물이 나오기 위해서는 R&D가 필요함을 절감했다.

“스타를 어디서 데려오는 게 아니라 순수 투자와 인큐베이팅을 거쳐 될만한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이다. 시간과 돈이 필요했다. 엔터 산업에서 발굴과 트레이닝, 마케팅 전략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연구개발을 했다. 판타지오가 업계에서 프로듀싱 시스템이 가능하다는 소리를 듣게됐다.”

나 대표는 2009년 판타지오 베이징 지사를 설립하고, 첫번째 이벤트로 YB 공연을 열었다. 아이돌 공연을 위주로 하던 기존 공연시장과는 다른 방식이었다.

“중국의 공연 시장을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공부하지 않으면 파트너를 만나기 어렵다. 중국 관객이 생각보다 록뮤직에 크게 열광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게 해서 현지 관계자와 소통을 쌓고 콘텐츠를 어떻게 유통시킬지에 대해 학습했다.”

▶중국 자본 비싼 수업료 내고 배워, 중국 시장도 큰 공부

하지만 판타지오 창업자인 나 대표는 지난해 12월 28일 열린 이사회에서 중국계 대주주 JC그룹에 의해 예고 없이 해임당했다. ‘차이나 머니’의 한국 연예계 유입의 한 결과였다. 2016년 12월 중국의 투자집단 JC그룹의 한국지사 골드파이낸스코리아가 구주를 매입하는 증자 형태로 판타지오의 지분 50.07%를 인수하면서 중국계로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양측의 갈등이 시작된 것이다. 판타지오 비상대책위는 “나병준 대표의 즉각 복귀 및 중국계 대주주의 비정상적인 경영개입 중단을 요구한다”고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중국 자본이 한국연예계에 투자만 하는 게 아니라, 매니지먼트사를 아예 인수해 직접 운영하고, 연예인 뿐만 아니라 제작 인력과 판권까지 직접 챙기겠다는 의도를 본격화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자본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 제작과 유통, 음악 유통까지 침투하는등 보다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업을 하면서 비싼 수업료를 내고 많이 배웠다. 그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어 당황했지만, 크게 한번 넘어진 후 인생이 정리됐다. 외국자본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도 공부했다. 그동안 의기투합해 매니지먼트업을 하면서 쌓아온 모델은 있으니까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곧 멀티테이너 10인 배우 그룹 ‘더 맨 블랙’을 출범시킨다. 이번 프로젝트 통해 우리 시스템의 가치와 내공을 보여줄 것이다.”

나 대표는 회사에는 자본이 있어야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연구개발을 할 수 있다고 했다.중국 자본이 아니더라도 어쩔 수 없이 투자를 받아들여야 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다. 콘텐츠에 투자를 많이 했는데, 데뷔를 못하게 된다거나, 판단을 잘못하게 되면 손실이 매우 크다. 리스크 때문에 투자를 망설이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투자를 받지 않으면 프로듀싱이 안된다. 연구개발이 콘텐츠를 어떻게 차별화시키는지를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나 대표는 판타지오 직원들에게 신뢰를 잃지 않았다. 회사의 수익은 재투자로 많이 쓰여졌다. 나 대표가 신뢰와 원칙을 지켰기 때문에 과거 직원들도 그의 재기를 도와주기 위해 적극 나섰다.

“내 실수가 있었다. 누구를 탓하지 않는다. 투자자와 함께 일했던 직원들에게 감사하다.회사가 건강해질 때까지는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프로젝트가 성공해 시스템을 인정받고 싶다.”

그가 말한 프로젝트는 오는 10일 공개되는 10인 배우 그룹 ‘더 맨 블랙’이다. 나 대표는 판타지오 대표 해임후 3주동안 집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격려해주는 후배 직원들에게 용기를 얻어 지난 3월 ㈜스타디움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재기에 나섰다.

지금 나 대표는 과거보다 자산이 더 많다. 사람이 있고 시장의 성격을 파악하고 있으며 차별화의 방향을 확실하게 잡고 있다. 중국 시장에 대해서도 업계에서는 누구보다도 전문가다.

“중국 시장은 한한령이 있다고 해서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그쪽을 좀 더 잘 알고 접근해야 한다. 중국 비지니스는 내 개인의 문제였다. 회사로 따지만 중국은 1번인 시장이다.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에 그전과는 다른 형태로 중국 시장 수출과 공동제작, 유통 등을 고민하고 있다.”

나병준 대표가 걸어온 길

▶1976년 8월 전남 나주 출생

▶2001년 3월 싸이더스HQ 입사

▶2008년 7월 IHQ 본부장

▶2007년 3월~20015년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이사 거쳐 부회장

▶2008년 9월 NOA 엔터테인먼트설립 대표이사(공유 하정우 공효진 지진희 정유미 조윤희)

▶2012년말 판타지오로 사명변경(옹성우 아스트로 위키미키 헬로비너스 서프라이즈)

▶2012~2017년 12월 판타지오 대표이사

▶2018년 3월 (주)스타디움 대표이사

/wp@heraldcorp.com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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