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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전유성 씨를 떠나게 만든 청도군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개그맨 전유성(69) 씨가 10년간 살았던 경북 청도군을 떠나 최근 전북 남원시로 이사갔다. ‘청도세계코미디아트 페스티벌’을 앞두고 청도군과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전유성 씨는 청도에 코미디 전용극장을 열고, 지역 특화 콘텐츠로 키워온 문화예술인이다. 매년 7월 열리는 ‘청도세계코미디아트페스티벌’에는 30여만명이 찾아올 정도로 지자체 축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문제는 청도군이 올해 코아페 준비과정에서 지난 3년간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전 씨를 배제하고 다른 공연기획사를 선정하면서다. 전 씨는 “속상함을 넘어 모욕감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외수 씨도 지난 1일 SNS에 “‘무식한 귀신은 부적도 몰라본다’는 속담은 이럴 때 써먹으라고 생긴 거 아닐까. 도둑놈이 몽둥이를 들고 주인을 패는 격”이라고 썼다.

코아페가 그냥 성공한 게 아니다. 브랜드 공연으로 자리잡기에는 시간이 걸렸다. 전 씨는 개그 지망생들을 사비를 들여 합숙까지 시키면서 트레이닝시켰다. 2009년부터 반려견과 함께 하는 ‘개나소나 음악회’를 열었고, 2011년엔 코미디 전용극장인 ‘철가방 극장’을 개관해 꾸준히 코미디 콘서트를 열어 주목받게 했다.

심형래, 이영자, 정찬우, 김태균, 김준호, 김준현 등 ‘개콘’ ‘웃찾사’ 후배 개그맨들은 개그계 대부인 전 씨를 응원하기 위해 거의 무보수로 청도에 와 무대에 올랐다. 가수 이문세도 지나가다 들렀다면서 무료 출연했다.

후배 개그맨들의 정서 또한 최악이다. “토사구팽이다” “시골을 살려놨더니 그냥 뒤통수치네” “코미디가 우습다고 사람도 우스운줄 아나” 앞으로 청도에서는 개그맨들을 보기 힘들 것 같다.

인구가 4만5천여명에 불과한 ‘내륙 오지’ 청도군에 30만여명이 찾게 만드는데 코미디 공연만한 소프트웨어를 찾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지자체마다 이런 지역축제를 기획하느라 난리다. 지역축제의 핵심은 기획 능력과 노하우를 지닌 인재와 이를 뒷받침할 조력자로서의 행정 능력이다. 청도군은 근시안적 행정으로 굴러들어온 호박을 걷어찬 셈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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