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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방송희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주택이 세대통합의 연결고리로…독일에서 배운다
최근 한국을 뒤덮고 있는 주요 키워드에 인구 고령화와 노인 고독, 세대갈등, 난민문제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부처들이 여러모로 고민하고 다양한 해결책들을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과연 이런 문제들을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을까. ‘주택’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한 독일 사례를 소개해 보고자한다.

독일은 유럽연합에서 인구가 가장 많다. 독일 인구는 2018년 기준 약 8230만 명으로 한국의 약 1.6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출산율 저하, 인구 고령화를 경험한 독일 정부는 부족한 생산인구의 감소를 이민자 유치로 극복하는 정책을 다년간 시행해왔다. 그 결과, 현재 독일 전체 인구의 약 20%가 이민자이며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이민자 숫자가 많은 국가가 됐다.

이와 더불어 주택시장에서 공적 임대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에 이르는 등 안정적인 주거정책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주택 정책에 있어서도 자가보유 보다 ‘임대주택의 다양성’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는 만큼 민간이 임대 목적으로 보유하는 주택의 건축, 매입 등에 정부가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고, 일정 부분 정부의 통제를 받는 ‘공적 임대주택’이 많다. 때문에 자가 보유율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주거의 안정성이 유지된다.

다양한 주거 지원 중 일명 ‘다세대하우스 프로젝트’라는 독특한 주거지원 프로그램이 있다. 급증하는 노인가구, 맞벌이 청년가구, 여성가구, 이민자가구 등 서로 남이었던 사람들을 주택으로 연결해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주는 공동체 주거공간 프로젝트다.

다세대하우스(Multigenerationen haus, Multi-generation house) 프로젝트는 단순히 거주공간을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서 주택을 통해 세대의 통합과 지역커뮤니티의 활성화라는 목적을 담고 있다. 세대가 함께 어우러져 사는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세대거주(GenerationsWohnen)’ 프로젝트에 참여해 육아, 정착에 직접적인 도움을 서로 나눈다. 아이들에게는 맞벌이 부모가 직장생활로 자리를 비운 동안 돌봐주는 할머니가 생기고, 할머니에게도 휴대폰 사용법을 알려주는 손자가 생긴다. 뿐만 아니라 인근 마을주민이라면 누구나 다세대하우스에 개설되는 교육, 문화, 여가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고령자와 중장년 세대를 위한 피트니스, 음악, 합창, 연극, 요가와 명상에 이르기까지 주제도 다양하다. 다세대하우스는 다세대 거주가구와 지역주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네트워크의 중심이 된다.

이곳에서 노인세대의 역할은 단연 두드러진다. 낮 동안 집을 비운 부모를 대신해 육아를 담당한다. 특히 이민가구의 지역 정착에 이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노인들은 이민가구가 독일에서의 삶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이민가구 자녀에게 독일어를 가르치거나 지역 커뮤니티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노인들은 고독할 틈이 없다. 또한 다른 사람들을 상담하고 자신도 상담을 받으면서 신체적·정신적으로 활력을 찾을 수도 있게 된다. 게다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중앙정부의 자원봉사자 활동비도 지급받는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양한 연령대가 만나서 소통하는 우리의 전통적 대가족 사회에서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광역시 중에서 고령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부산에서는 노인의 고독사가 잇따르자 노인과 대화를 통해 고독사를 예방하자는 취지의 ‘말벗로봇’ 도입과 보급을 시도한 바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대안이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하다.

독일의 다세대하우스 프로젝트는 규모도 크지 않고, 얼핏 보면 대수로울 것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기본적 단위를 조직해 ‘집’이라는 공간에서 세대간 ‘소통’을 통해 노인의 고립과 여성의 육아, 이민자 정착까지 한꺼번에 해결하고 있는 독일식 복지정책을 우리는 한번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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