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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재명, “‘비숲’은 파고들기, ‘라이프’는 밀림”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유재명(45)은 요즘 잘 나가는 배우다. 부산에서 연극을 하다 6년전 서울로 올라와 40대 중반에 대세배우가 됐다. 엄청난 성과다.

그는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때로는 코믹하고 때로는 묵직한 캐릭터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응답하라 1988’과 ‘비밀의 숲’ ‘라이프’ 등의 드라마에 출연했고, 19일 개봉한 영화 ‘명당’에도 적지 않은 비중으로 출연한다. 그는 이제 왕성한 활동을 하는 배우이며 연기도 호평을 받고 있다.

유재명이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있는 것은 멋진 연기 외에도 뭔가 통할 것 같은, 인간 냄새가 배어있는 중년의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응팔’에서 학생주임에서 교감으로 승진한 동룡 아빠지만 권위라고는 조금도 없었다. 말만 호랑이 선생이지, ‘웃픈’ 모습이 배어있다. ‘명당’에서도 밑에는 외로움이 깔려있지만 잔망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한다.

“살다보니 별 일이 다 있고, 어지럽고 기가 막힌다. 치밀한 작전을 써면서 다작을 한 게 아니고, 한작품씩 하다보니 작품이 많아졌다.”

2017년 최고의 수작으로 꼽히는 ‘비밀의 숲’에서는 묵직하고도 서늘한 캐릭터인 이창준 차장검사를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그는 “이창준을 연기하고 난후 흰 머리가 많이 올라왔다”고 했다. 의학드라마인 ‘라이프’에서는 수술실을 지키는 주경문 상국대 흉부외과 센터장을 연기했다.

“‘비밀의 숲’과 ‘라이프’는 둘 다 멋진 작품이다. 하지만 결이 다르다. ‘비밀의 숲’이 파고드는 드라마라면, ‘라이프’는 밀림이다. ‘라이프’는 어떨 때는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어떨 때는 부감의 시선으로 보며 어떨 때는 객관화해서 본다. ‘라이프’를 보신 시청자는 병원을 그냥 보시지 않을 것이다. 휠체어를 탄 캐릭터를 주인공급으로 내세운 드라마는 없었다. 작가님 시선이 평등한 것이다. 그 점에서 예진우(이동욱)-선우(이규형) 캐릭터를 주목한다.”


유재명은 “이동욱이 연기한 예진우는 요즘 젊은이를 대변하는 캐릭터다. 정신 없고 욱하고, 가족간 결핍이 있고. 사명감도 있고 선배에 대한 존경심도 있지만 갈피를 못잡고 자꾸 사고친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연기한 주경문에 대해서는 “의인은 아니다. 병원마다 그런 의사가 있다. 주경문은 끝까지 병원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환자가 들어오면 다시 수술실로 들어가는 의사다“라고 말했다.

영화 ‘명당’은 명당을 이용해 나라를 지배하려는 장동 김씨 세도가 김좌근(백윤식) 가문의 계획을 막는 천재 지관 박재상(조승우) 이야기다. 유재명은 그런 박재상을 13년간 살뜰히 챙길 만큼 정이 많은 구용식을 연기한다.

“코믹 조력자 캐릭터다. 단순 캐릭터로 남을까 고민했다. 자칫 일가를 이룬 선배의 아류가 될 수 있다. 구용식은 자기만의 신념이 있다. 왕이 누가 되건 그는 살아남으면 된다. 거기에 박재상과의 우정, 운명의 소용돌이에서 남는 의리. 이것만 가지고 그 다음은 내가 만들어야 했다.”

유재명은 “땅의 기운으로 절대권력과 부귀영화를 누리려는 논리가 결국 사람을 죽게 만든다. 사람을 살리는 땅을 박재상이 말한다”면서 “내가 사랑하는 가족, 오두막이지만 하하호호하는 게 명당이다. 그것을 잘 전달해준 것도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이 고향인 그는 부산대 입학으로 처음으로 부모에게 효도했다고 한다. 장사를 하는 어머니에게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등록금이 싼 국립대를 지원했다. 그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전공(생명공학)보다는 연극반에 미쳤다.

“연극반에서 상여가 나가는 신을 보다가 눈물이 터졌다. 나를 미지의 세계로 안내했다. 연기에 미쳐 서울까지 오게됐다.”

유재명은 자신의 표현대로 무식하게 연습했다. 공연과 연기의 연속이었다. 대학 졸업도 겨우 했다. 그러다 동래의 명륜동에서 ‘배관공’(배우 관객 공간)이라는 극단을 창단해 제작과 연출, 연기까지 함께 했다.

“20살 연극을 접하고, 연극만 하다, 극단에 들어가게 됐고, 극단을 창단해 일을 하다 보니 35살때쯤 ‘번 아웃’ 같은 게 와서 서울로 외유성 도피를 한 거다. 서울 와서 공연도 보고, 선배도 만나고, 오디션도 봤지만, 한 2년 하고 내려갈 생각이었다. 그러다 우연치 않게 드라마와 연결돼 여기까지 왔다.”

유재명은 “연극할때의 삶은 느리고 단순했다면 서울의 삶은 많이 이동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면서 “나는 아직 어눌하고, 발음도 새는 것 같고, 카메라 울렁증도 있다”고 말했다. 겸손한 배우였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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