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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조성일 대도시방재연구소장] 모란디교 붕괴와 헛소리
지난 8월 14일 이탈리아 제노바의 모란디교가 붕괴됐다. 이 사고로 43명이 목숨을 잃고 16명이 부상을 당했다. 1967년도에 건설된 연장 1.2km의 이 사장교(斜張橋)는 이탈리아의 교량 설계자인 모란디(R. Morandi)의 작품이다. 사장교는 교량 상판을 주탑(柱塔)에 줄(斜張材, inclined elements)로 연결해 지지하는데, 통상 이 줄을 강재(鋼材)케이블로 만드는데 반해 모란디는 콘크리트(prestressed concrete)로 설계했고 그 숫자도 아주 적은 게 특징이다.

문제는 줄이 너무 적어 하나라도 끊어지면 교량 전체가 순식간에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그 줄이 지지하던 힘을 다른 줄이 대신 지지해 줄만큼 여유(redundancy)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작 힘을 받는 강선(鋼線)이 콘크리트 속에 묻혀 있기 때문에 부식 등 손상을 찾아내기가 어렵다. 이런 특성 때문에 모란디의 다른 사장교들이 작년에 시칠리와 리비아에서 잇따라 폐쇄됐다.

사고 후 이탈리아 정부는 관계자를 엄벌하겠다고 밝혔는데, 호주 모나쉬(Monash) 대학의 카프라니(C. Caprani) 교수는 특정기관이나 개인의 잘못으로 사안을 특정화하는 것이 자칫 실제 이슈를 가려 위험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실상을 호도함으로써 마치 다른 곳에서는 그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교수는 이탈리아가 속칭 욕조곡선(bathtub curve)이라고 불리는 수명특성곡선 상 이미 사고가 증가하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지적하면서, 공공의 안전수준 유지에 필요한 예산 증액 등 그에 적합한 대응책 마련에 집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실제 이탈리아에서는 2004년 이후 12개, 최근 5년간 5개의 교량이 붕괴됐고, 지금도 약300개의 교량이 붕괴위험에 있다고 한다.

한편, 사고 훨씬 전인 2006년부터 모란디교의 교체 문제가 논의됐다. 2012년 제노바 시의회가 주관한 공청회에서 교량 철거를 요구한 이탈리아산업총연맹 컨피더스트리아(Confidustria)의 지역위원장인 칼비니(G. Calvini)가 10년 안에 교량이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현 집권당인 오성운동 창립자인 그릴로(B. Grillo)와 시민위원회는 헛소리(a fairy tale)라고 비난하고 무시했다. 2016년 7월 제노바대학의 브렌치치(A. Brencich) 구조공학 교수가 다시 붕괴위험을 경고하고 새로 건설할 것을 주장했지만 이 또한 묵살 당했다.

도로와 시설물이 민간업체에 위탁 관리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공공의 안전보다 이익이 우선인 민간업체들은 유지관리에 소극적이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 정부는 이를 공공으로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작금의 우리나라 실상은 어떨까. 모란디교 붕괴 사고와 직접 연관된 문제만도 적지 않다.

지난해 미국의 발표처럼 강선이 콘크리트에 매립되어 첨단 비파괴장비로도 손상탐지가 어려운 교량(internal 방식의 prestressed 교량)이 국내에도 많이 건설되어 있음에도 외관점검에 그치고 있는 것도 문제고, 시설물 안전예산까지 상한선(ceiling)을 두어 통제하는 예산 관행도 문제다. 이는 고령화로 병원 갈 사람이 빠르게 늘고 있음에도, 액수를 정해놓고 딱 그 돈만큼만 아파라 하는 것과 같다. 민자 사업으로 건설된 시설물들이 민간에 위탁 관리되고 있는 것도 그 내면을 챙겨봐야 할 일이다.

얼마 전 만난 현업 책임자는 국내의 시설물 안전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시설물 관리 실태가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크게 한탄을 했다. 과연 우리는 지금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해도 되는 걸까.

시설물의 노화는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어쩌면 우리의 현재 모습이기도 하고, 실상을 외면할수록 더 빨리 위협으로 닥쳐들 우리의 앞날임에는 틀림없다. 우리를 냉철하게 돌아다보고 부족한 부분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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