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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트시그널2’PD, "김현우 씨의 선택도 지지받아야.."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지난 6월 종영한 러브라인 추리게임 채널A ‘하트시그널2’의 이진민 PD가 프로그램 연출 노트를 남겼다. 이제 잊혀질만도 됐는데, ‘하트시그널2’에 중독된 마음이 다시 살아난다.

이 PD는 월간 방송작가 8월호 기고를 통해 <‘썸’ 세대의 순정>이라는 제목으로 하트시그널2를 연출한 심정을 밝혔다.


뭐니뭐니해도 ‘하트시그널2’ 최고의 감상 포인트는 오영주-김현우-임현주의 러브라인 변화의 추이였다. 김현우가 오영주에서 임현주로 러브라인을 바꾼 건 솔직함때문이었다. 머리(브레인)보다는 심장(하트)이 시키는대로 실행했다.

이처럼 김현우의 직진과 순정에 대한 시청자들의 과(過)몰입은 논란을 낳고도 했지만 엄청난 인기와 흥행의 비결이기도 했다. 이 PD는 이를 자유로운 연애관을 가진 썸 세대의 순정에 대한 열광이라고 표현했다.

“(임현주를 좋아했던) 김도균 씨가 공들여 외운 시를 수줍게 적어 내려갈 때 그 남자의 순정은 시간을 정지시킨다.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자신의 심장을 드러내는 용기는 시대를 막론하고 감동을 준다. 이문에 밝은 세대들. 즉 ‘오늘부터 1일’이라고 분명하게 합의하고 연인이 되는 세대들에게 그 순정은 더욱 희귀하고 열광할만한 것이 아니었을까.”

이 PD는 그런 견지에서 본다면 마지막 김현우 씨의 선택도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어떤 비난이 올지 뻔히 알면서도 자신의 마음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너무 늦게 알아채 버린 설레는 마음을 어쩌랴. 후폭풍을 뻔히 알면서도 그(김현우)를 말리지 못한 것은 8명의 입주자들 모두 너무도 진지하게 감정을 대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PD는 하트시그널2가 ‘대본’은 없지만 그들을 지켜보다 보면 적어두고 싶은 ‘대사’가 툭 튀어나왔다고 했다.

“김현우 씨와 데이트하던 임현주 씨의 대화, ‘오빠, 붕어빵 먹을 때 팥 좋아해요? 슈크림 좋아해요?’ ‘나 팥’ ‘나도 팥,팥,팥.’...김현우 씨가 ‘너 만화책 좋아해’라고 묻자 ‘네. 좋아해요’라고 하는 임현주의 한마디는 이 순간 마법이 된다. 만화책인지 김현우인지 목적어가 모호한 ‘좋아해요’라는 말은 김현우의 경계를 단숨에 허물고 둘 사이 남녀의 설레는 바이브를 만들어내며 명대사로 등극한다.”

임현주의 이 말은 김현우나 일부 시청자에게는 “네, (만화책을 좋아하는 김현우를) 좋아해요”라고 받아들여졌는지도 모른다.

이 PD는 연출을 하면서 입주자들간의 오해로 생긴 안타까운 순간을 떠올리기도 했다. 시즌1에서 배윤경 씨와 서주원 씨의 마지막 10분 대화가 그랬다고 한다. 하루 간의 데이트를 마치고 김현우 씨에게 듣고 싶은 말을 듣지 못한 채 돌아온 오영주 씨가 혼자 조용히 우는 장면도 마찬가지였다.

“CCTV를 통해 오영주 씨가 울고 있는 장면이 여러 각도로 들어왔다. 당장이라도 올라가 김현우 씨가 한 말의 의미를 처음부터 복기해 설명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해석도 오해도 그들의 몫이었다. 만약 우리 삶이 이런 장면을 만날때 신(神)이 있다면 그는 어떤 마음으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까.”

이 PD는 ‘하트시그널’의 기획의도는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무의식적인 행동과 표정을 보고 누구를 좋아하고 있는지 알 수만 있다면 획기적인 프로그램이 되겠다고 생각했고 그 의도는 제대로 적중했다.

마지막으로 이 PD는 “한 달간 사춘기 시절로 시간여행을 다녀온 그들에게 너무 많은 기대와 질책이 몰리는 것이 제작자로서 걱정스럽다”면서 “한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모습을 용기 있게 보여준 그들에게 늘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본다”라고 썼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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