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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결자해지 없는 금융감독원
결자해지(結者解之)란 ‘매듭은 묶은 자가 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일만 벌이고 마무리를 못 짓거나, 일이 잘못될까 싶으면 그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는 행위를 경계하기 위한 격언이다. 

뜬금없이 이를 들먹인 건 금융감독원을 꼬집기 위해서다. 일만 벌이고 수습하지 않는 행태가 꼭 사고뭉치 같아 보인다.

올해 초 바이오 기업들을 상대로 한 테마감리가 단적인 예다. 이는 기술적 실현 가능성이 낮음에도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는 관행에 대한 문제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바이오산업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선 한번쯤 짚고 넘어갈 사안이었다. 더구나 바이오는 당시 ‘묻지마 투자’와 같은 과열조짐이 나타나던 때였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박수 받지 못한다. 그 끝이 오리무중인 까닭이다. 테마감리 시행 공언과 함께 감리를 실시한지 벌써 반년이 지났다. 하지만 지금까지 감리 결과 발표는커녕 상장기업들이 참고할 회계모범규준조차 없다. 더 심각한 건 향후 조치 일정에 대한 예고가 없다는 거다. 테마감리는 위력적이었다. 모든 바이오 기업의 회계처리 방식에 불신을 불러, 주가를 고꾸라지게 했다. 결국 금감원은 벌집만 쑤셔놓고 ‘나 몰라라‘ 한 격이다.

한국 바이오산업을 대표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회계판단과 문제 제기 과정 역시 매끄럽지 못했다. 고의 분식회계라는 자체 감리결과를 외부에 흘려, 시장의 혼란을 자초했다. 오죽하면 금융위원회 수장까지 나서 이를 질타 했을까. 조(兆)원 단위의 분식회계는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를 거쳐야 하는 매우 위중한 판단이기에 최종 결론이 나올 때까지 비밀에 부치는 게 불문율이다. 대우조선 분식회계 사건 때도 그랬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를 의도적으로 언론에 흘렸다. 다분히 정무적 또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상장에 앞서 고의적으로 분식회계를 했다”는 건 현재로선 금감원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증선위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금감원에 “감리를 재실시하라“고 결정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을 미국 바이오젠사에 부여하고도 이를 공시하지 않았다”며 고의 공시누락만 문제 삼았다. 더욱이 삼성 측은 금융당국의 이 판단조차 승복하지 않고 있다. “행정소송 등 가능한 법적 구제수단을 강구하겠다”며 반발한다.

바이오는 정보기술(IT)과 함께 한국의 미래 먹거리로 주목 받고 있는 산업이다. 그런데 금감원이 이래저래 문제 삼는 동안 이 산업은 증시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말았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대표하는 상위 10개 바이오 기업의 시장가치는 불과 3개월 새 126조7000억원에서 114조3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12조4000억여원이 증발한 것이다. 증발한 기업가치가 금융소비자들의 투자손실인 건 불문가지다.

금감원은 건전한 신용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을 확립하고, 예금자 및 투자자 등 금융수요자를 보호함으로써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걸 설립목적으로 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최근 행태를 보면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불편하게 하는 곳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더 늦기 전에 꼰 매듭을 스스로 풀기 바란다. 적어도 투자자들에게 옥석을 가릴 기회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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