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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칼럼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일자리 만드는 농업·농촌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경제가 크게 위축되었다. 시장실패, 세계화의 그림자 등 개방과 경쟁 위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과 반성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현재 우리 경제는 ‘고용위축-가계소득 감소-내수부진-성장둔화-실업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다. 결국 핵심은 ‘일자리’이다.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어야 경기침체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호 업무지시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해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자리 창출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전통산업이 시장포화 상태이거나 과잉공급 상태이고, 기술주도형 산업도 성장이 고용으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그렇다면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일자리를 위한 일자리’를 만들거나 기존에 혼자 하던 일을 여럿이 나누는, 이른바 잡셰어링(job sharing) 방식은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일자리를 만드는 최선의 방법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거나 찾는 것, 기존에 없던 혁신적인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얼마나 창의적인 해법을 찾느냐에 달려 있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농업·농촌 분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농업 분야가 다른 산업에 비해 투자 대비 고용 효과가 높다’는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자본보다는 개인의 인력이 개입할 여지가 큰 분야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취업계수’는 각 산업별 산출액 10억원당 소요되는 취업자 숫자를 뜻한다. 2014년 자료에 따르면 농림어업의 취업계수는 24.9명으로 도매 및 소매업(14.4명), 건설업(8.2명), 화학제품 제조업(1.6명)에 비해 크게 높았다. 상품을 10억원 생산하는 동안 직ㆍ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취업자 숫자를 뜻하는 ‘취업유발계수’도 농림수산품이 31.3명으로 기계 및 장비(9.1명), 전기 및 전자기기(5.3명)보다 훨씬 높다.생산활동 전후로 종자, 비료, 비축,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많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농촌 지역은 의료·교통 등의 서비스가 크게 부족하다. 약국이 없는 읍·면소재지가 50%에 달하고, 약 30%의 읍ㆍ면소재지에는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이 없는 실정이다. 시장논리에만 의존한 시장실패의 결과이다. 그러나 공급이 부족하다고 해서 서비스 수요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시장실패를 극복하고 병원, 약국, 보육시설 등 농촌 지역에 꼭 필요한 서비스를 재개하는 과정에서도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안산의료생활협동조합’의 경우 조합원들이 출자금을 내고 이사를 선출해 지역에서 치과, 한의원 등을 운영하는데, 지역주민들은 물론 의사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한다.

농촌의 치유기능을 살려 일자리를 늘릴 수도 있다. 심리적 장애를 지닌 이들을 위해 운영하는 충남 홍성의 ‘행복농장’이 좋은 사례이다. 원예치료 분야가 따로 있을 만큼 농업은 심리적ㆍ정서적 치유 효과가 뛰어나다. 당사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고, 가족들의 심리적·경제적 부담도 덜 수 있으며, 관련 일자리도 새롭게 생겨날 수 있다.

농업ㆍ농촌은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 서비스 등이 덜 보급된 편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수요가 높고 혁신의 기회도 많다. 이러한 수요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여지가 많은 곳이 농업과 농촌이다. 이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농업과 농촌 쪽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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