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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재건축 부담금 인하 작전’… 공시가 민원 공세 통했다
[이미지=워커힐 아파트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가 지난 5월 주민들에게 공시가격 이의신청을 하라며 뿌린 전단.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금 절감 방안 안내’라는 제목이 눈에 띈다.]
워커힐아파트 공시가 상향 조정
재건축 부담금은 낮아져
올해 조정 건수, 예년보다 5배↑
국토부 “객관적 검토 거쳤다”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시행에 따른 부담금을 줄이기 위해 아파트 공시가격을 올려달라는 재건축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이 수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시가격 제도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말 서울 광진구 워커힐 아파트의 공시가격을 상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의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관계자는 “당초 실거래가의 55% 정도만 반영됐는데 5%포인트 정도 상향됐다”며 “공시가격을 한꺼번에 많이 올리기는 힘들기 때문에 정부가 주민들의 요구를 큰 폭으로 수용한 것이라 보고 있으며, 내년에도 더 올려달라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2018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지난 4월30일 공시했다. 이후 한 달간 이의신청을 받아 6월 26일 관보에 일부 아파트 가격이 조정됐음을 알렸다. 워커힐 아파트의 경우 주민 50여명이 이의신청을 넣어 가격 조정을 받아냈다.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주민들에게 이의신청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며 독려했다.

주민들이 공시가격을 올려달라고 요구한 이유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을 줄이기 위해서다. 재건축 부담금은 사업개시시점(재건축 추진위원회 설립 시점)의 공시가격과 사업종료시점(준공 시점)의 가격 차이에 대해 일정한 산식을 적용해 부과한다. 추진위원회 설립 시점의 공시가격이 높으면 높을수록 가격 차이가 줄어들기 때문에 부담금도 낮아진다. 물론 이 경우 재산세나 건강보험료가 올라가는 부담은 있지만, 재건축 부담금에 대한 공포가 너무 크기 때문에 감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연초 발표한 바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조합원 1인당 평균 부담금은 3억7000만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워커힐 아파트는 아직 추진위원회가 설립되지 않은 상태여서 설립 이전에 공시가격을 최대한 높여 놓는 것이 재건축 부담금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본 것이다. 마침 정부 역시 공시가격의 실거래가 반영 비율을 높이는 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작전’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워커힐 아파트 외에 아직 추진위원회를 설립하지 않은 다른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도 이같은 민원을 넣은 곳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보에 따르면 이의신청이 접수된 아파트 중 168호, 또 그와 가격 상 연관이 있는 아파트 5572호의 가격이 정정됐다. 2015년도에 이의신청으로 정정된 건수가 27호, 2016년도는 26호, 2017년도는 39호라는 점을 감안하면 확연히 늘었다.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은 구체적으로 어떤 아파트의 가격이 얼마만큼 정정됐는지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민원을 통해 공시가격이 조정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공시가격 제도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공시가격 제도는 가뜩이나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집집마다 반영비율도 다르다는 지적이 잇따라 개편이 예고된 상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공시가격이 매겨지는 뚜렷한 기준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민원 등의 외압이 작용할 여지가 상존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시가격 이의신청이 수없이 많이 제기되지만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의 객관적인 검토를 거쳐 정당하다고 판단되는 일부만 받아들여진다”며 “개별 단지의 사정은 고려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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