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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옥같은 역사’ 감상하는 고통 단색묘사에 침잠해버린 슬픔
강요배, 뼈 노래, 1998, 캔버스에 유채, 162.2×259cm [제공=학고재갤러리]
강요배 학고재 갤러리서 개인전


해골은 입을 벌리고 누웠다. 몸은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다. 이유도 모른채 죽어서, 이게 어찌된 영문이냐며 묻는 것 같다. 눈을 감지 못하고 입도 다물지 못한 넋이 절절하다. 제주작가 강요배의 1998년작 ‘뼈노래’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 갤러리에서 제주작가 강요배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1, 2부로 나뉘어 열리는 전시는 1부 ‘상(象)을 찾아서’가 지난 6월 17일 마무리되고 2부 ‘메멘토, 동백’으로 넘어갔다. 1부가 자연과 추상에 집중하기 시작한 작가의 최근 경향을 보여주며 심도깊어진 작품세계를 조망했다면 2부는 ‘동백꽃 지다’로 유명한 강요배의 역사화를 한자리에 모았다. 1989년부터 1992년 제작 작품 50여점(동백꽃 지다)과 1992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한 점씩 제주 4ㆍ3을 기념해 제작한 작품 10여점(동백 이후)이 나왔다.

작가는 제주 4ㆍ3을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다. 직접 사건과 관련한 장소를 답사하고 경험한 이들의 증언을 모아 작업을 완성했다. 역사화를 그릴 때 이러한 과정을 거쳐 작가의 목소리로 담아낸 것이다. 작가는 “4ㆍ3이 있었던 곳 하나 하나를 도는 순간 이것은 답사가 아니라 순례, 말 그대로 하나의 ‘의식’임이 분명해졌다”고 ‘4ㆍ3 연구회보’(1989)에 회고하기도 했다. 그의 그림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그 실체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 그 지옥같은 날들을 통과해야했던 제주 사람의 삶이 담겨있다.

전시는 본관에서 시작해 신관으로 이어진다. 본관엔 근작이, 신관엔 과거 작품이 걸렸다. 타임머신을 타고 거꾸로 돌아가듯 감상하길 권한다. 고려 시대 몽골이 탐라 총관부를 설치한 것에서 시작하는 역사화는 항쟁과 잔인한 학살장면을 무척이나 사실적으로 기록했다. 대부분 목탄과 콩테, 먹을 사용해 단색으로 묘사하는데 오히려 비극성이 극대화되는 경험을 하게된다. 매년 한 점씩 4ㆍ3을 생각하며 그렸다는 작품 앞에선 마음속 깊은 곳까지 침잠해버린 담담한 슬픔이 관객의 심상을 자극한다. 갤러리의 개인전이라기보다 미술관에서 만나볼만한 대규모 개인전이다. 7월 15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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