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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움켜쥐고 덫놓고 때려잡고…고기잡이의 역사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의 제왕은 거대 철갑상어다. 깊은 수심과 빠른 유속을 자랑하는 철문의 협곡에는 다섯 종의 철갑상어가산다. 그 중 캐비어로 유명한 후소 후소라는 학명의 밸루가 철갑상어는 무게가 250킬로그램, 길이 최대 6미터까지 자라며 118세까지 산다. 19세기 기록에는 1500킬로미터에 7미터가 넘은 철갑상어 얘기가 나온다. 후소 후소는 도나우강의 딱 두 구간에서만 강바닥에 구멍을 파고 알을 낳는다. 강이 흑해로 흘러 들기 전 마지막 몇 킬로미터 지점으로 사람들도 그 곳에 거주한다. 기원전 9500년전, 선사시대 네다섯 가족이 도나우강의 세르비아쪽 기슭인 레펜스키 비르에 터를 잡았다.

기후가 안정적으로 바뀌고 강의 흐름도 완만해진지 수백년이 지난 기원전 6300년에는 이곳 양옆으로 거주지가 뻗어나가고 제법 마을 구색이 갖춰졌다. 레펜스키 비르의 삶은 철갑상어의 출몰에 맞춰 돌아갔다. 사람들은 수심이 깊은 소용돌이를 빠져나온 철갑상어들을 얕은 물가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물줄기를 막거나 덫을 놓아 포획했다. 이곳에서 뼈가 수두룩한 유적이 발견됐는데 무거운 돌몽둥이나 나무망치도 함께 나왔다. 물고기의 머리를 때리는 데 사용한 듯 보이는 마모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고기잡이는 인류가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식량 획득의 중요한 수단이었지만 고기잡이의 역사는 알려진 게 별로 없다. 어부들은 자신들이 쌓은 견문을 남기지 못했다.

고고학자 브라이언 페이건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의 최신작 ‘피싱’(을유문화사)은 치우친 인류 역사의 빈약한 창고를 펄떡이는 각종 물고기와 어부들의 이야기로 가득채워낸다.

저자에 따르면 최초의 고기잡이는 고기잡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잽사게 움켜쥐기‘라는게 맞다. 200만년 전, 아프리카의 얕은 저수지에서 인류는 유심히 물을 지켜보다 움켜쥐는 식으로 메기 같은 물고기를 잡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런 고기잡이를 ’기회주의적 고기잡이‘라고 부른다, 이는 수천년간 지속됐다. 연체류를 잡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수렵채집인의 관점에서 보면 조개류는 예측가능한 식량으로 이동생활에서 의지할 만한 자원이었다. 4만년 전, 동티모르에선 사람들이 연안에서 헤엄치는 가다랑어를 먹잇감으로 잡았다. 고기잡이가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한건 1만5000년 이후 빙하시대 말기가 막을 내리고 해수면이 안정되면서다. 해안지대로 사람들이 이동하면서 고기잡이는 주요한 생존수단이 된다.

초기 문명은 식량을 구하기 쉬운 이런 강어귀, 호수, 연안 아니면 대양에 접근하기 쉬운 곳에서 시작됐다. 이집트에는 배급식량으로 물고기를 사용한 최초의 증거가 남아있으며, 기자의 피라미드 지대에는 생선을 가공한 건물이 남아있다. 이런 말린 생선은 이집트를 인도양이나 페르시아만과 처음 이어 준 식량이었다.

중세 10세기 무렵에는 물고기를 시장에 팔았고 300년 후에는 생선을 운반하는 짐수레 수송망이 갖춰졌는가하면 노르망디에서 파리까지 생물 생선을 운반하는 역마 방식의 수송체계도 생겨났다. 14세기에는 국제적 어업이 형성됐고 18세기초부터는 남획의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류사에서 농경과 목축이 정착을 도왔다면, 고기잡이는 탐험과 교역, 항해 등 인간의 이동을 추동했다.

80대의 노학자는 책에서 ”어부들이 현대 세계가 세워지는데 어떻게 이바지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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