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20세기를 다룰 때 보통의 세계사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지만 ‘하버드-C.H. 베크 세계사’는 세계대전 자체보다 그 배경에 주목한다. 당시 경제를 들여다보면 왜 많은 국가들이 한꺼번에 전쟁에 휩쓸렸는지 이해가 간다. 19세기말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제분된 밀가루는 전 세계로 팔려나가면서 경영혁명과 식생활 변화, 광고산업의 발달을 촉진시켰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세계가 이웃의 전쟁에 쉽게 휩쓸릴 수 밖에 없을 만큼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연결됐음을 깨닫게 된다. 환경사를 정치, 경제, 문화와 나란히 놓은 점, 공동체와 문화세계화, 초국적 경향을 1945년 이후의 역사를 이해하는 열쇠로 제시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윤미 기자/me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