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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미국의 북한 비핵화 의지 후퇴하는 건 아닌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의지가 갈수록 후퇴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강하게 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미협상을 주도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쏟아내는 발언을 보며 드는 생각이 그렇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협상 핵심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CVID)’ 비핵화는 물론이고 그 시한마저 포기한 듯한 느낌이다. 북미정상회담이 끝난지 보름이 넘었지만 후속 협상 일정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러다 북한 비핵화는 물건너 갈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실제 미국 외교 안보 수뇌부의 대북 비핵화 관련 발언은 연일 뒷걸음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각) “(북한의 비핵화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핵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아예 “북한 비핵화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북미회담 이전까지만 해도 6개월 또는 1년 내 비핵화를 호언해왔다. 그러다 직후 그게 2년으로 늘어나더니 그나마 이번에는 그 시한조차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 수위 차가 너무 현격하다.

CVID에 대한 입장도 흐름이 비슷하다. 당초 미국은 CVID는 물론 이참에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생화학 무기, 인권 문제까지 제기한다는 방침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원하는 조건을 얻어내지 못하면 회담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도 보였다. 한데 회담이 임박하자 “CVID가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결과”로 선회하며 그 기세는 확연히 수그러들었다. 결국 회담 최종 결과에는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은 빠지고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란 선언적 문구만 남게 됐다.

그런데도 한국과 미국은 북한에 대해 여전히 유화적이다. 북한의 요구에 따라 한미 양국은 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는 선제적 결단도 내렸다. 하지만 북한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 최대 의제이자 한반도 문제의 본질인 비핵화과 관련한 진전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 북한 비핵화 완급을 조절하는 내막은 자세히 알 수 없다. 당장 미군 유해 송환 등 맞물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모처럼 찾아온 한반도 해빙의 바람은 당연히 살려나가야 한다. 하지만 비핵화 본질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북한과 김정은 정권에 확실히 심어줄 필요가 있다. 북한 역시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는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북한이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으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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