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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보수] ‘통합·수용·개혁’이 유럽보수 살렸다

英·佛 젊은지도자 내세워 대대적 혁신
진보당의 정책 수용·민심에 귀 기울여


보수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드세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등 보수 진영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보수 혁신에 성공한 해외 사례는 갈피를 못 잡는 보수 진영에 반면교사다.

영국 보수당은 1991년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가 정계 은퇴한 후 노동당에 ‘다우닝가 10번지’를 내주고 오랜 시간 동안 암흑 속에서 헤매야 했다.

그전까지 영국 보수당은 장기간 집권하며 자신들의 이념에 지나치게 취해 있었다. 이념이 다른 지방자치단체는 완벽히 탄압해 반민주적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결정적으로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도 세금을 물리겠다는 인두세 도입 방침에 당시 여론은 완전히 등을 돌렸고 폭동 수준의 시위까지 벌어졌다. 이는 대처가 사퇴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세 번의 총선에 실패한 이후 보수당이 찾은 해법은 젊은 정치인 데이비드 캐머런이었다. 캐머런은 39세라는 젊은 나이에 보수당 당수로 취임했다. 지금의 자유한국당과 마찬가지로 원로 정치인들에 휘둘렸던 보수당이 데이비드 캐머런을 선택한 건 그야말로 혁신이었다.

2010년 총리에 오른 캐머런은 ‘따뜻한 보수’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등 돌린 민심을 수습했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데 앞장섰다.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기반하면서도 분배를 중시하고 약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그의 경제정책에 금융위기 이후 침체기를 맞이했던 영국 경제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고, 선진국 중 최고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국민은 보수당에 다시 마음을 열었고, 2015년 총선에서 보수당은 단독정부를 꾸릴 수 있었다.

프랑스의 사례도 눈여겨 볼만하다. 프랑스는 1981년부터 1995년까지 진보정당 출신인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오랜 기간 정권을 손에 쥘 수 있었다. 하지만 미테랑 퇴임 이후 사회당은 몰락의 길을 걸었다. 사회당이 추진한 부유세 도입, 지나친 복지 정책들은 프랑스 경기를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사회당 올랑드 정부에서 경제보좌관과 경제산업장관을 지낸 에마뉘엘 마크롱이 작년 대선에 앞서 사회당을 나온 것도 당의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를 창당해 중도 정치를 내세웠다. 사회당의 노동개혁을 받아들이면서도, 보수의 친기업,자유시장경제 가치를 지켜냈다. 정치 성향이 뚜렷한 프랑스 진보 지지자들조차 마크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보수층의 지지율은 그야말로 절대적이다.

전문가들은 영국과 프랑스에서 보여준 쇄신과 변신이 한국 보수에서 나타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미래는 불투명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외국 보수 정당을 보면 선거에 패배했다고 당 이름을 바꾸거나 하지 않는다”며 “다시 원론으로 돌아가 잘못한 것을 분석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개혁해 다시 신임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대한민국의 정치도 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새로운 이념적 태세를 갖추고 가치를 찾아나가야 한다”며 “미국 공화당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도 주변 정세 그리고 정서에 따라 변화한다는 것을 성찰해야 한다”고 아집에 빠진 보수 정당을 꼬집었다.

채상우ㆍ홍태화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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