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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보수] 온고이지신…보수, 과거의 부활에서 지금의 해법 찾아라
2003년말 차떼기당 오명 최대위기
40대 소장파 쇄신 주장 당 전면에
중진·원로 의원들은 불출마 호응


6ㆍ13 지방선거 참패의 후폭풍에서 한국의 보수진영은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보수 정당들은 나름 혁신 방안 모색에 나섰지만, 고질적인 계파 싸움만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보수의 위기는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도 보수 진영의 위기는 심각했다.

보수 정치의 대표격인 당시 한나라당은 2003년말 수 백억원의 기업 비자금을 대선 자금으로 수수한 이른바 ‘차떼기당’이란 오명을 쓰면서 당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새천년민주당과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키면서 지지도는 결정적으로 하락했다.

이후 전당 대회에서 탄핵의 정당성을 주장한 홍사덕 의원을 제치고 총선에서의 승리를 공약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새로운 대표로 선출됐다. 박 전 대통령은 차떼기 사건에 대한 대국민 사죄와 함께 ‘천막당사’라는 승부수를 띄우며 17대 총선을 준비했다.

그러나 이미 악화된 여론은 돌아올 가능성이 희박했다. 최악의 조건으로 치르는 총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146석을 갖고 있던 한나라당으로선 비례대표를 포함해 50석 안팎을 얻으면 선전한 것이란 예상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 때 해법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인적쇄신’이였다. 당 쇄신을 주장해 오던 40대 소장파들은 ‘60대 용퇴론’을 들고 당 전면에 나섰고 중진ㆍ원로 의원들도 불출마로 이에 호응했다. 대대적인 물갈이가 시작된 것이다.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남경필 전 경기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현 제주지사 등 당시 40대 초반 소장파들은 ‘60대 용퇴론’ ‘5ㆍ6공 인사 퇴진론’을 제기하며 공천 개혁을 밀어붙였다.

그해 1월부터 시작된 원로들의 불출마 선언도 3월까지 이어졌다. 박관용, 김용환, 강삼재, 유흥수. 양정규, 목요상, 정창화, 한승수 등 3선 이상 의원 16명을 포함해 27명의 현역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어 소설가 이문열씨 등을 영입해 꾸린 공천심사위원회는 현역 의원 20여명을 탈락시켰다. 영남권 공천에서 3선 이상 의원 20명 중 살아남은 사람은 6명에 불과했을 정도였다.세대교체를 앞세운 ‘공천 개혁’을 통해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 속에서도 원내 121석을 확보, 예상됐던 참패를 면할 수 있었다. 또 지금까지 보수진영의 대표주자로 활약 중인 당시 40대 초반 스타 정치인들을 만드는데도 성공했다.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후보의 득표율이 40%를 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는 한국당의 지역조직이 와해됐다는 것으로 한국당은 이미 정당이 아니라는 방증”이라며 “당을 없애는 초강수를 두고 젊은 인물을 중심으로 새롭게 진영을 구축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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