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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로시간단축 D-11]“퇴직금 깎일라” 줄줄이 퇴사하는 버스기사들…전별금 급증 ‘이중고’
-일부 업체, 6월 들어 퇴직자만 40명 급증
-회사측 ‘배차 차질 우려’ 만류…뾰족한 수 없어
-남은 기사들 “전별금 늘어 월급 반토막” 한숨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회사 떠나는 동료들에게 1명당 150만원 주고나니 당장 생활비도 부족하네요.”

다음달 1일부터 적용되는 주 52시간 근로시간을 단축을 앞두고 버스회사 기사들이 연달아 퇴사하고 있다. 줄어드는 월급과 함께 퇴직금도 줄어들 것을 우려해서다. 일부 버스회사에서는 남아있는 직원들이 부담해야할 퇴직자 전별금이 월 소득의 절반도 넘는 상황마저 발생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버스기사 모집 중인 경기도 모 운수회사 버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경기도 모 버스회사는 6월 한달에만 퇴직자가 40명에 달할 정도로 급증했다. 5월 퇴직자가 15명, 4월 퇴직자가 12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몇배나 늘어난 숫자다. 해당 버스회사에서 근무했던 전직 버스기사 김모(54) 씨는 이같은 줄퇴사가 주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한 정책과 맞물려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이번달까지 퇴사한 직원들 중 상당수는 곧장 다른 버스회사에 재취업할 예정”이라며 “근무한지 10개월 된 사람마저 퇴사행렬에 동참할 정도로 회사 내 동요가 크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로로 근무시간이 줄면 덜 일한만큼 월급도 줄어들고, 퇴직금 산정 기준인 ‘퇴직일 이전 3개월 임금총액’도 줄어들 것이란 예상 때문이라는 것이다.

버스기사들의 줄퇴사는 남아있는 노동조합원들에게 또 다른 부담도 떠안겼다. 노조원이 퇴사하면 노조가 십시일반으로 모아서 건네는 종잣돈인 ‘전별금’ 때문이다. 7월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직전 퇴직자가 급증하면서 이번달 노조원 1인이 부담해야하는 전별금은 150만원으로 치솟았다.

김 씨는 “이번달 전별금으로 월급이 반토막 나 당장 한달 생활비가 부족해진 기사들도 많다”며 “평소 많아야 40만원, 적게는 10만원대였는데 대부분 난감해했다”고 말했다. 

[노조원이 청구받은 6월달 전별금 영수증.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김 씨는 전별금은 노조원은 예외없이 자동공제 되는 사실상 ‘강제 모금’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문제라고 말한다.

그는 “회사에 취업하려면 반드시 노조에 가입해야 하는 문화가 있다. 노조 가입원서가 ‘노조 추천서’로 불리고, 노조추천서가 없으면 취업이 안된다. 해당 노조 대신 지역 노조에 가입할 경우에도 압박을 받는다”며 “노조가 전별금이라며 몇십에서 백만원대에 이르는 돈을 공제하니 거부권조차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해당 회사에서는 지역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한 기사가 소송 끝에 승소한 사례도 있다.

전별금을 둘러싼 기사들의 불만이 폭발하자 노조 측은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내달부터 전별금 상한액을 40만원으로 정하고, 당장 생활비가 필요한 노조원들은 대출을 통해 자금을 지원키로 한 것이다.

노조 측은 강제는 아니지만 “전별금 등 부담이 크니 퇴직을 늦춰달라”고 권유를 하고 있다. 회사 측도 인력 감소로 인한 버스 배차 차질 우려에 기사들의 퇴직을 만류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이에 일부 직원들 사이에선 “마음대로 그만두지도 못하냐”는 불만도 나온다.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과 전별금제가 맞물리며 버스기사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지만 뚜렷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20일 “최근 3개월 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산정할 경우, 기존보다 퇴직금이 줄어들 수 있는 가능성은 인지하고 있다”고 인정했지만 “임금인상율이나 다른 요인을 감안할 경우 모든 사업장에서 퇴직금이 줄어드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직군별 업체별 차이는 있을 수 있다는 기본 입장을 밝혔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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