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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선거공보물에 정부가 시킨 매트리스 수거까지…집배원 잡는 ‘잔인한 6월’
-주말 작업 후 집배원 돌연사…올해만 10명째
-“매트리스 수거 왜 집배원이?”…과로 논란 키워
-연이은 격무에 피로감 호소하는 집배원 상당수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시간으로만 따지면 과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죠. 그런데 선거공보물 배송에 매트리스 수거 업무까지 이어졌잖아요. 휴일없이 업무가 계속되는 상황이 정상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지난 주말 매트리스 수거 작업에 투입됐던 집배원 A(41) 씨는 동료 집배원 정모(57) 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 선거철을 맞아 매일 10시간이 넘는 격무가 이어진데다 주말 매트리스 수거 작업을 하면서 현장에서 피로감을 호소한 집배원들이 많았다는 것이었다. A 씨는 “쉬는 날 없이 일하는 다른 직업도 많겠지만, 올해 과로로 숨진 동료 집배원이 벌써 두자릿수를 넘은 상황이 원망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사진=헤럴드경제DB]

20일 전국집배노조에 따르면 올해 과로 등으로 숨진 우정노동자는 지난 주말 숨진 정 씨를 포함해 10명에 달한다. 이 중 8명은 뇌출혈이나 심근경색, 갑작스러운 심정지 등 돌연사였다.

지난 16일 숨진 정 씨 역시 퇴근 후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숨졌다. 서울 마포우체국 소속이었던 정 씨는 지난 6ㆍ13 지방선거 기간에 밤까지 선거공보물을 배달하며 하루 평균 10시간이 넘는 격무를 해왔다. 숨진 당일에는 오후 3시까지 동료 집배원들과 함께 ‘라돈 침대’ 논란을 빚은 매트리스 수거 작업에 동원됐다. A 씨는 이날 주택가를 돌며 20개의 매트리스를 직접 수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말, 우정사업본부는 국무총리실의 결정에 따라 이틀간 3만 명의 직원과 차량 3200여 대를 투입해 2만2000여 개의 매트리스를 수거했다. 사전 교육과 함께 측정기를 동원해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작업에 투입된 집배원들도 방사능 걱정은 하지 않았다. 장갑과 마스크 등 안전장비도 모두 지급됐고, 우정노조와의 사전 협의도 진행했다. 그러나 업체가 해야 할 매트리스 수거를 집배원들이 왜 해야 하느냐는 비판과 함께 과로 논란은 피할 수 없었다.

우정사업본부는 정 씨의 죽음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과로사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 씨는 한 달 평균 49.2시간의 초과근무를 해왔다. 일주일 단위로 살펴보면 주 40시간 근무에 초과근무는 12시간 30분 정도를 한 셈이다. 집배원의 업무 강도를 가늠하는 집배부하량도 1.001로 다른 집배원들에 비해 과도한 업무를 해오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국집배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전형적인 과로사라는 엇갈린 주장을 했다. 노조 측은 “월평균 초과근무시간이 많고 주말 집중 근무 후 돌연사하는 것은 전형적인 집배원 과로사 패턴”이라며 “집배원들은 최근 6·13 지방선거 공보물을 배달하고 매트리스 집중수거에 투입되는 등 6월 내내 주말 없이 일을 하는 등 과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9명에 이어 올해도 과로로 숨진 집배원은 벌써 10명을 넘어섰다. 지난 3월에는 대구에서 근무하던 한 집배원이 배달 중 뇌출혈로 쓰러져 숨지는 등 3월 한 달 동안 전국에서 5명의 집배원이 과로사했다. 허소연 전국집배노조 선전국장은 “설날이나 선거철 등 업무가 몰릴 때마다 집배원들이 단체로 과로사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번 집배원 사망도 과로와는 떨어져 생각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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