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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박리다매는 없다…은행 예대마진의 비밀
“금융회사의 이익이 선진국에 비해 너무 박합니다”

은행권 사람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말이다. 예대마진(예금이자와 대출금리와의 차이)도 그렇고 수수료 수익도 그렇다고 선진국에 비해 많이 낮다는 주장이다.

“금리산정이 체계적·합리적이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내놓은 진단이다. 금융회사가 대출이자를 결정할 때는 조달금리에 일정 비용과 이익을 가산하는 데, 가산금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2012년 9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3%일 때 은행 예대금리차(1년만기 정기예금 이자와 가계대출 금리의 차이)는 1.68%p였다. 이후 기준금리가 2.5%까지 낮아지면서 예대차도 좁아져 2014년 2분기에는 1.31%p까지 떨어진다. 그런데 2014년 2분기부터 기준금리는 떨어지는데 예대차가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기준금리가 1.25%로 사상 최저로 떨어진 2016년 2분기 예대차는 1.54%p로 기준금리가 3.25%이던 2012년 2분기(1.53%p)보다 컸다. 2017년 2월 예대차는 무려 1.86%p까지 치솟는다. 공교롭게도 예대차 확대가 시작된 2014년 3분기는 박근혜 정부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건축규제와 대출규제를 대폭 완화시켜 내수경기를 부양하려던 ‘초이노믹스’가 시행된 때와 정확히 일치한다.

통상 금리가 낮아지면 예대차도 줄어든다. 돈 값이 싸지면서 대출은 늘어나고, 이자부담은 줄어 연체위험은 낮아지기 때문이다. 일종의 박리다매(薄利多賣) 효과다. 그런데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요가 늘어서다. 2014년 3분기 이후 부동산 관련 규제가 대거 풀리면서 관련 대출수요가 급증했다. 수요가 많으면 물건값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게다가 국내 은행은 사실상 과점구조다. 싼 물건을 꽤 비싸게 팔 수 있었으니 이익이 급증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면 금리가 오르면 어떻게 될까. 금리가 올라도 은행은 돈을 번다. 물건 값이 비싸지면 마진을 더 붙이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면 연체위험도 높아지는 만큼 그 값을 받으려 한다. 국내에선 정책대출을 제외한 은행의 자체대출은 거의 다 변동금리다. 금리변동 위험을 돈 빌린 사람이 떠안는 방식이다. 반면 선진국에서는 고정금리 대출이 많다. 고정금리는 돈을 빌려준 쪽이 금리변동 위험을 진다. 위험감수비용 때문에 이자가 더 높다. 선진국의 예대금리차가 우리보다 높은 이유다.

조만간 금융감독원이 은행권과 함께 금리산정 합리화 작업에 나선다. 대출이자의 핵심인 가산금리가 논란이 될 듯하다. 요약하면 결국 어떤 대가이냐다.

부동산관련 대출은 담보가치가 급락하는 경우가 아니면 부실위험이 높지 않다. 금리변동 위험을 차주에 넘기는 방식에서 금융회사의 역할은 중개인(brokerage)이다. 금융회사가 수취해야 할 대가는 중개수수료 개념이어야 옳다. 반면 금융회사가 금리변동 위험을 떠안으면 그 역할은 위험관리자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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