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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양병원, 낮은 진입장벽에 ‘우후죽순’…건보재정 갉아먹는 보험사기 온상으로
고령 일반醫 고용 사무장병원 활개
치료없이 1년내 숙식제공 모텔형도
나이롱 환자 유치 허위청구 일삼아
요양병원 진료비 9년새 6배나 급증


#병원 사무장을 지낸 장 모씨는 300만 ~ 500만원의 월급을 주고 의사들을 고용해 인천에 요양병원을 설립했다. 이들 의사는 실제 진료가 어려울 정도의 고령자들이었다. 장 씨는 이후 암 등 수술후 통원 치료가 필요한 지방 거주 환자들을 불러 모아 진료는 없고 숙식만 제공하는 ‘모텔형 병원’을 운영했다. 장씨의 요양병원은 입원 하루당 4만원을 내면 최초 내원일 이전부터 소급해 입원확인서를 발급해 주겠다며 환자를 유치한 후, 허위로 작성한 진료기록부로 건강보험공단에서 약 15억원을 받아 챙겼다, 환자들은 이와 별도로 보험사에서 약 21억원을 부당 수령했다. 결국 의사 5명, 사무장 3명, 허위입원 환자 94명 등 총 102명이 검거됐다.

장기 입원이 필요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진 요양병원이 취지와는 무색하게 보험사기의 온상이 되고 있다. 19일 금융당국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일부 요양병원 환자들은 진료 대신 병원을 모텔 삼아 숙식만 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양병원들은 입원이 필요없는 경증의 환자나 통원 치료가 가능한 암 환자 등을 유치해 허위 진료와 입원확인서를 발급하고 건보공단에서 급여를 받아 챙겼다. 지난해 이렇게 빠져나간 건보 재정만 8000억 원이다. 이보다 더 큰 돈이 민간 보험사들로부터 빠져 나갔다. 


▶보험 재정 갉아먹는 요양병원 탈선 수법들=요양병원의 불법행위는 치료가 필요 없거나 경증인 ‘나이롱 환자’를 입원시킨 후, 진료 기록 등을 조작해 △입원 일수를 부풀려 입원 일당을 높이고, △실제 치료가 없었으면서 치료 비용에 청구하고, △비급여 항목을 과다 시행한 후 청구하는 수법 등이 주로 사용됐다.

양평의 한 요양병원은 입원 및 치료 횟수를 부풀리다 적발됐다. 이 요양병원은 실손보험에 가입한 암 수술 환자만을 선별 유치한 뒤, 환자들과 공모해 암환자 90명 분의 고주파 온열 치료 횟수, 면역제 투약 횟수, 입원 일수를 실제보다 부풀려 보험사에 청구했다. 그리고 실제 진료비와, 부풀려 수령한 보험금의 차액을 환자들에게 지급해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헸다. 이렇게 부당 청구해 수령한 실손보험금만 52억원에 달한다. 어떤 유방암 환자는 1일 입원을 11일로, 온열 치료 1회를 11회 받은 것처럼 진료기록을 허위로 작성했다.

고액 비급여 치료를 남발하는 수법도 사용됐다. 이뮨셀은 간암 수술 이후 사용되는 항암제로, 1회당 450만~ 55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약제다. 그러나 일부 요양병원에서 간이 아닌, 다른 부위의 암 수술 이후 간으로의 전이가 없는 상태에서 처방하는 사례도 있었다. 입원 환자들에게 뷔페식 식단을 제공하다 적발된 곳도 있다. 책정된 식사 단가로는 뷔페식 식단을 제공할 수 없자 환자들이 마치 상급병실에(1~2인실) 입원해 있는 것처럼 꾸며 상급병실료에 식대를 녹여 청구했다.

▶낮은 진입장벽에 요양병원 ‘우후죽순’=요양병원발 보험사기가 크게 늘어난 이유는 일단 설립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일반 병원은 입원 환자 20명당 의사 1명, 환자 2.5명당 간호사 1명이 필요하지만 요양병원은 환자 40명당 의사 1명, 환자 6명당 간호사 1명이면 된다. 채용된 의사의 경우도 전문의 보다 일반의가 많고 고령이나 병력 등으로 실제 진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정액수가제의 한계도 지적된다. 요양병원 환자는 중증도에 따라 7개군으로 나뉘고 등급별로 일당 정액수가제를 적용해 진료비를 보상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이로인해 시설 투자는 적게하고 고비용의 비급여 치료를 통해 수익을 보전하는 사례가 많다. 고액 비급여 진료를 권장하기 쉬운 민간 실손보험 환자가 요양병원의 더 큰 먹잇감이 되는 이유다.

또 환자군별 정확한 평가가 선행되지 못하다 보니 이 틈새로 요양급여를 편취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한다. 요양병원의 경우 실질적으로 입원이 필요없는 신체기능저하군 환자(병증은 있으나 일상생활 가능)가 2014년 4만3439명에서 2016년 5만8505명으로 34.6% 증가한 사실이 잘 말해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요양병원 수는 급증하는 추세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국내 요양병원은 2011년 988개에서 2016년 1428개로 5년 새 1.45배 늘었다. 국내 요양병원 진료비도 2007년 6723억 원에서 2016년 4조422억원으로 6배 이상으로 급증했고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에서 요양병원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8%에서 7.29%로 껑충 뛰었다.

▶보험재정 누수 틀어막을 제도개선 나서야=엇나간 요양병원으로부터 보험 재정을 지키려면 우선 요양병원의 의료인 인력기준을 강화하는 등 진입장벽을 지급보다 높여야 한다. 보건 당국이 요양병원 전담 심사부서를 두고 현장 조사와 의료인력ㆍ시설 적정성 평가를 통해 ‘돈벌이’에만 몰두하는 사무장 병원을 솎아내야 한다. 환자군별 평가 시스템을 마련해 통원 치료가 가능한 환자가 장기입원하는 사례도 걸러내야 한다. 한편으로 공공기관 직영 요양병원 비중을 현재(2016년 기준) 6%에서 30%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라는 게 남인순 민주당 의원 등 국회 보건복지위 의원들의 견해다 .

최근 암환자들이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사례가 늘고있는데 면역력 강화 치료, 연명 치료 등은 보험 혜택을 받기 어렵다. 금융당국이 최근 암보험 약관의 보험금 지급 기준을 기존의 ‘암의 직접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입원했을 때’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정한 항암 약물 치료와 항암 방사선 치료 등 암세포에 대한 직접 치료를 목적으로 입원했을 때’로 변경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요양병원이 모호한 약관의 틈새를 파고 들지 않도록 이같은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

문호진 선임기자/m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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