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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졌잘싸’ 이집트, ‘비잘싸’ 포르투갈…인내의 이란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15일밤부터 16일 새벽(한국시간)까지 이어진 2018 러시아 FIFA 월드컵 축구대회 조별리그 A,B조 경기는 ‘졌지만 잘 싸웠다(졌잘싸)’, ‘비겼지만 잘 싸웠다(비잘싸)’는 경기가 어떤 것인지 잘 보여주었다.

특히 막판에 승부가 결정돼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릴때 까지 투혼과 인내심, 집중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주었다.

▶‘졌잘싸’ 이집트= 후반 44분 우루과이 히메네스의 헤딩결승골이 터지자 부상 때문에 벤치에 앉아있던 이집트의 영웅 살라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28년만에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은 이집트는 A조 1위가 유력시 되는 우루과이를 맞아 정규시간 89분동안 너무도 잘 싸웠기에 아쉬움이 컸다.

‘졌잘싸’는 이런 것. 수아레스를 농락하는 이집트 ‘순간 압박’ 수비. [연합뉴스 제공]

15일 밤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 아레나에서 열린 이날 경기에서 이집트 선수들은 마치 2002년 서울 월드컵 4강주역들 처럼 다중압박으로 우루과이 공격진을 봉쇄했다. 우루과이는 수아레스의 헛발질 2~3개, 후반전 후반 이집트 골키퍼 무하마드 엘시나위의 슈퍼세이블에 걸린 카바니의 헤딩슛 외에 89분께까지 이집트의 수비에 막혔다.

이집트의 수비는 중원에서 큰 힘 빼지 않고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철저한 문단속 후 기회가 나면 먼거리 역습을 노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체력안배 차원에서 수비진의 후퇴선을 더 뒤로 가져간 것으로 추정된다.

중원과 최전방에 몇 명 남아있지 않은 선수들도 적절한 공간에 위치하며 수비가 걷어낸 공을 낚아채 적진으로 손쉽게 침투하기도 했다. 아시아 축구에서는 수비진 후퇴선을 너무 뒤로 가져갈 경우 수비가 걷어낸 리바운드 볼을 다시 상대 공격수가 잡아 맹공을 당하기 일쑤이지만, 이집트는 신속한 공격전환으로 느릿한 공격전환을 보였던 우루과이의 혼을 뺐다. 이집트는 졌지만, 고개는 우루과이의 간판 공격수 수아레스가 숙였다. 이집트의 투혼을 보면서, “졌잘싸는 이런 것”, “이러면 욕 안하지”라는 네티즌들의 호평이 넘쳐났다.

‘이집트의 전부’라는 별명을 가진 살라는 이날 잠시라도 출전이 기대됐지만 감독의 출전명령을 받지는 못했다. A조 2위 경쟁상대인 러시아전에 맞춰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비잘싸’ 포르투갈= 포르투갈이 세계 최고 골잡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해트트릭 ‘원맨쇼’에 힘입어 스페인과 극적인 무승부를 거뒀다. 호날두는 영국, 스페인 프로리그의 최정상에서 호령하고도 늘 자국 월드컵에서는 좋을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기울어가던 승부를 후반 막판 원점으로 돌려 나라를 패배의 위기에서 구했다.

비겼지만 승자같은 호날두(왼쪽) [연합뉴스 제공]

3-3으로 비겼지만, 호날두와 포르투갈은 승자 처럼 기분좋게 러시아 소치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을 빠져나왔다. 이전 경기까지 스페인에 6승 13무 16패로 크게 열세였는데, ‘비겼지만 잘싸웠다’는 평가를 받을 무승부 하나를 추가하게 됐다.

호날두는 월드컵 3개대회 13경기에 나서 3골에 그쳤다. 수비수인데도 첫 출전한 1개 대회 2골을 기록한 한국의 이정수보다도 훨씬 못한 기록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에선 달랐다. 경기 후 FIFA는 이날 경기의 최우수선수인 맨 오브 더 매치(MOM)에 호날두를 선정했다. 월드컵 본선 최고령 헤트트릭(33세)기록도 갈아치웠다.

포르투갈은 전반 4분 만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페널티킥 득점으로 이른 시간에 선취골을 얻어냈다. 스페인은 전반 24분 지에구 코스타의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막판에 뭔가 일이 벌어지는 것은 서서히 러시아월드컵의 특징이 되어가고 있다. 전반종료직전 호날두의 강슛을 유럽 최고 골키퍼 중 한 명인 스페인의 데헤야가 제대로 잡지못해 포르투갈의 2-1 리드.

후반엔 스페인이 날았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포르투갈을 몰아친 스페인은 코스타가 볼과는 떨어진 지점에 있다가 부스케츠의 머리로 띄운 공중볼을 문전에 쏜살 같이 쇄도하면서 밀어넣었다. 3분뒤 페르난데스의 환상적인 발리슛으로 역전에 성공한다.

스페인 승리로 끝날 것 같았던 경기는 또 막판에 달라진다. 키커 호날두의 집중력 돋보이는 ‘골 모서리 정조준 프리킥’을 골키퍼가 쳐다보기만 하면서 무승부로 귀결됐다.

▶인내심의 승리 이란= 아시아 첫승을 선사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이란 승리는 상대 모로코 수비수의 자책골에 따른 행운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이란 선수들이 막판까지 인내하며 집중력을 잃지 않은 결과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다. 아시아팀이 월드컵 본선에서 이긴 것도 2010년 남아공 대회 한국, 호주, 일본 이후 이번 이란이 8년 만이다.

FIFA 랭킹에선 37위인 이란이 41위 모로코 보다 높지만, 후반 89분까지 경기는 모로코가 지배했다.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2위 한국을 크게 제치고 1위로 올랐던 이란도 세계무대에선 약체에 속하는 모로코에 쩔쩔 맸다. 계속 위협당하다 전반 43분에 사르다르 아즈문이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기회를 잡았다가 수비수와 엉켜 실패한 것이 그나마 좋은 찬스였다.

후반들어 이란 골키퍼의 수퍼세이브 한차례를 제외하곤 양팀 간 ‘엣지 없는’ 공방이 계속되면서 어느덧 90분이 다 지났다. 인저리 타임도 1분가량 남은 후반 48분, 이란 선수가 모로코 진영 페너티박스 오른쪽 모서리에서 골문을 향해 강하게 찬 프리킥이 모로코 수비수의 머리에 맞고 자책골로 이어지고 말았다. 볼 점유율 36%의 이란은 64%나 공을 소유한 모로코의 공세를 막아내면서 끝까지 정신줄을 놓지 않았기에 행운의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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