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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주 특별한 사부곡(思父曲)…최낙경 회고전
탑골미술관, ‘화백, 종로를 걷다 그리다’전
아들 최선 작가, 아버지 최낙경 화업 정리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아들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업적을 정리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가족이기에 더욱 그렇다. 평생을 화가로 살았던 아버지의 업적을 돌아보는 전시를 화가인 아들이 준비했다. 서울 종로구 탑골미술관은 서양화가 최낙경(1943~2017)의 회고전 ‘화백, 종로를 걷다 그리다’를 개최한다. 동시대 미술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아들 최선(45)의 특별한 ‘사부곡(思父曲)’인 셈이다.

전시는 단촐하게나마 최낙경 화백의 화업을 총망라한다. 시기별로 중요한 작품 50여점이 나왔다. 풍경화 중에서도 눈 쌓인 풍경,설경에 능하다 평가됐던 최 화백의 대표작 ‘인왕산 수성동 잔설’(2017)부터 자회상, 누드, 정물, 목판화까지 다양한 장르 작업이 선보인다. 

최낙경, 사생, 캔버스에 유채, 49x36.5cm, 1999.[사진제공=탑골미술관]
최낙경, 영덕의 봄, 캔버스에 유채(122x61.5cm), 2005(부분).[사진제공=탑골미술관]

작가 탄생부터 작고까지 연대기도 정리됐다. 전남 신안 출신인 최 화백의 일생을 따라가다보면 많은 시간을 종로에서 보냈음을 알 수 있다. 종로구 부암동엔 작업실이 있었고 한 때 생계를 위해 통의동 보안여관을 부인이 운영하며, 방 하나를 작업실로 삼기도 했다. 전시장엔 작가가 작고하기 직전까지 사용했던 미술도구 등 유품도 한쪽에 자리잡았다. 뿐만아니라 1980년대 매일경제신문 연재소설 김병종의 ‘대검자’ 삽화부터 스포츠서울, 한국일보, 서울신문 등 주요 일간지에 연재된 당대 최고 문장가들의 소설에 그려넣었던 삽화도 한자리에 모였다.

전시를 기획한 정희정 큐레이터(한국미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지금껏 잘 다뤄지지 않았지만 한국화단에서 분명히 존재했던 구상미술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라며 “최 화백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을 넘어서 그와 함께 동시대를 살았던 현재의 노년 세대와 당대의 문화와 시대적 색채를 공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고(故) 최낙경 화백 [사진제공=탑골미술관]
현대미술작가 최선이 금호미술관 기획전 `플랫랜드`에 출품한 작품 앞에 섰다. 최선 작가는 지난해 돌아가신 아버지 최낙경의 화업을 돌아보는 회고전을 서울 종로구 탑골미술관에서 6월 28일까지 연다. [사진=연합뉴스]

아들인 최선 작가는 “아버지 작업에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신다는 것 자체에 감사드린다”며 “아들로서는 화가였던 아버지의 삶을 새롭게 받아들이게 됐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건 아버지의 회고전을 통해 아들인 최선에 대한 이해가 커진다는 것이다. 전통적 풍경회화를 그린 최화백은 1969년 첫 개인전 이후 50년 가까이 매일 성실하게 붓을 잡았다. 눈내리는 풍경을 담기 위해 화구를 들고 현장으로 달려갔고, 소품 하나도 쉬운 붓질이 보이지 않는다. 아들인 최 작가는 사람의 숨, 동물의 털과 뼈 등을 재료로 현대적 작업을 주로한다. 특수 잉크를 사람의 숨으로 불어내 인간관계와 공동체에 대해 고민하게 하고, 구제역ㆍ조류독감 등에 몰살된 가축들을 소재로 한 작업들을 통해 인간의 이기심을 꼬집는다. 아버지와 전혀 다른 결의 작가이나 그도 지독할 정도로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이런 유산도 있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이어진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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