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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연의 외교탐구] 北ㆍ美, 정상회담 앞두고 기싸움 최고조…‘회담 결렬’ 카드에 숨겨진 본심은?
-北최선희, 개인담화로 ‘회담 재고려’ 건의 시사
-트럼프 “북미 정상회담 성사여부, 다음주 드러날 것”
-북미, 정상회담 앞두고 주말 막판 협상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북한 외무성의 최선희 미국 담당 부상이 24일 북미 정상회담 재고려 방침을 최고지도부에 건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서면서 북미 간 신경전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번 주말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북미 간 사전접촉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다음 달 ‘세기의 담판’인 북미 정상회담 성사여부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北 ‘최고존엄은 곧 체제보장’=최 부상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된 개인 담화에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 대해 “북조선이 리비아의 전철을 밟을수 있다느니,북조선에 대한 군사적선택안은 배제된적이 없다느니,미국이 요구하는것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수 없는 비핵화라느니 뭐니 하고 횡설수설하며 주제넘게 놀아댔다”며 “대미사업을 보는 나로서는 미국부대통령의 입에서 이런 무지몽매한 소리가 나온데 대해 놀라움을 금할수 없다”고 비난했다. 또 “우리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으며 미국이 우리와 마주앉지 않겠다면 구태여 붙잡지도 않을것”이라며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나는 조미수뇌회담을 재고려할데 대한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 부상을 앞세워 최고존엄에 대한 모독은 곧 체제보장에 대한 위협으로 직결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조만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 국가의 공식 ‘정상’으로서 회담하는 만큼, 인권문제와 리비아 정권붕괴를 언급하며 북한을 ‘비정상국가’ 취급을 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최 부상의 담화가 트럼프 대통령 주변의 대북강경파들이 회담을 앞둔 상대국을 자극하거나 위협하는 식의 발언이 나오는 것을 차단하고 회담에서 유사한 전략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며 “김 제1부상과 최 부상 등 아래로부터 최고존엄에 대한 모독에 반발하고 정상회담 재고려를 건의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함으로써 회담 자체를 흔들기보다는 북한의 입장을 전달하는 전략”이라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 북미정상회담 성사여부에 “다음 주 알게 될 것”=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돌연 신중한 자세를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북미 정상회담 성사여부를 “다음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북미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원하는 특정 조건들이 있고 우리가 이 조건들을 얻어낼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정상회담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북미 정상회담이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하다(substantial chance)”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최근 북미 정상회담 재고려 가능성을 거론한 북한에 대한 경고라고 분석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북한에 그들의 행동과 말에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라며 “말과 행동에 조심하지 않으면 북미 정상회담이 위험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경고”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를 북한이 이행해야 “체제보장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북한 비핵화 단계를 최소한으로 나누고 단계마다 경제지원 등을 보상할 수 있다고 시사함으로써 협상의 여지를 남겨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방식은) 일괄타결(all-in-one)이 훨씬 좋지만 단언하고 싶지 않다”며 “정확히 일괄타결을 할 수 없는 몇가지 물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했다.

신 센터장은 “미국 내 잘못된 합의를 우려하는 여론을 불식시키고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비핵화 협상 방식을 구체화했다”고 꼬집었다

[사진=연합뉴스]

아직 ‘판’은 깨지지 않았다…이견 좁히기 과제=그렇다고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표면상 결렬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도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당초 ‘회담 재고려’를 시사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재차 담화를 발표하지 않고, 급이 낮은 최선희 부상이 발표했다”며 “판을 깨지 않되, 불만을 나타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 제1부상이나 최 부상을 통해 아래로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모양새를 취해 ‘북미회담 재고려’ 카드가 정치적으로 갖게 되는 무게를 조절했다”고 말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며 “우리는 시작단계부터 체제보장을 논의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라면 북한과 체제보장을 구체적으로 협의할 의사가 있다고 내비친 것이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막판 협상 단계에서 서로가 원하는 최대한의 카드를 내놓고 조율하고 있는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본격적인 대화 테이블에 오르기 전에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카드와 조율할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이고, 이견 속에서 회담이 성사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단 실무단계에서는 북미간 접촉이 지속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이날 북미 정상회담에 참가할 북한 측 관리들에 대한 ‘제재 면제’를 승인했다. 제재 면제 승인이 된 북한 관리들에는 이번 주말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것으로 알려진 북미 사전접촉에 참가하는 북측 대표단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전날 북미 당국이 오는 주말 사전접촉을 할 예정이며, 미측에서 조지프 헤이긴 백악관 부서실장과 미라 리카르델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등이 참석한다고 보도했다. 북미정상회담 개최지인 싱가포르는 지난 16일 자로 대북제재위에 구체적인 명단은 적시하지 않은 채 북미정상회담에 참석하는 북한 측 대표단 전체에 대해 제재 면제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싱가포르는 서한에서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와 역내의 평화ㆍ안정 구축과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진전시킬 기회”라고 강조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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