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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고래싸움에 개미만 죽어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못지 않게 , 불확실성 자체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부르는 요인 입니다.” 증권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한 자산운용사 대표의 따끔한 일침이다.

분식 회계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금융감독원 양쪽 모두를 성토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높다. 어떤식으로 결론이 나오든, 개인은 손실을 입게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진 격이다.

시장에선 오락가락한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 이번 사태를 더 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불확실성이 바이오 시장 전체의 타격으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던 바이오주는 이번 회계 처리 논란으로 정책 불확실성에 빠지면서 급제동이 걸렸다. 지난 한 달간 신라젠은 28.3% 주가가 하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6.12%,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도 각각 12.7%, 11.6% 주가가 빠졌다.

가장 먼저 제약·바이오 업계에 충격을 준 것은 연구개발(R&D) 비용 처리 문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집중적인 감리 대상 중 하나로 제약·바이오업체 R&D 비용 인식·평가 적정성을 이유로 10여 개 제약·바이오업체에 대한 조사 방침을 밝혔다. 첫 타자는 차바이오텍이었다. 차바이오텍은 최근 4개년 연속 영업손실이 발생하고 감사보고서에서 한정 의견을 받았다. 그 결과 개발비 일부를 자산에서 제외해, 4년 연속 적자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 만약 올해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지 않으면 상장폐지 대상으로 분류된다.

바이오주 투심이 되살아나기도 전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가 또 한번 시장을 강타했다.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분식회계로 잠정 결론 내면서다. 금감원 발표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3일 만에 25% 떨어지면서 시총도 8조722억원이나 증발했다.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은 감리 결과가 알려지면서 주가가 폭락하자, 투자자들은 금융 당국의 처신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금감원이 반론권 보장을 위해 당사자에게만 하는 ‘조치 사전통지’를 이례적으로 외부에 먼저 공개해 자본시장에 충격을 주고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는 이유에서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신도 커지고 있다. 당국이 금융시스템을 스스로 부정하면서 정책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재무제표의 공시, 회계감사, 감독당국의 감리는 모두 투자자 보호를 위한 것이다. 감독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우선 고려했다면 상장 전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처리를 위반했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결정을 내렸어야 한다. 만약 회사가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면 상장을 허가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식 감리제도인 위탁감리의 결론을 이제 와서 뒤집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상장 후 1년 반이 지난 시점에서 발표된 상장 전 회계처리의 문제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몫이 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결론이 제약바이오 산업의 회계처리 가늠자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의 판단에 따라 바이오주들은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바이오업체들이 그동안 자산으로 잡던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하게 된다면 수익이 줄고 재무상태가 나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바이오 대장주인 셀트리온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연구개발비 2268억원 중 74.4%인 1688억원을 무형자산으로 잡았다. 셀트리온도 금감원 권고 방식을 수용할 경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 코오롱티슈진(93.2%)과 코미팜(96.7%)은 대부분을 자산으로 처리했다. 신라젠과 같이 연구개발비 모두를 비용으로 잡는 경우도 있지만 국내 신생 제약·바이오업체는 연구개발비 자산화 비율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전문가들은 시장 혼란 최소화를 위해 정부가 연구개발비 회계 처리 기준을 되도록 빨리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연구개발비 회계 처리는 기업별 기술 수준이나 경영 상태가 달라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이유는 더 이상 납득이 어렵다. 사후 적발과 제재를 중심으로 하는 회계감리는 원칙없는 고무줄 잣대를 불러올 수 있고, 대형 회계부정도 막아낼 수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감원이 테마 감리를 시작한 만큼 회계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최대한 빨리 제시해야 시장 혼란을 막을 수 있다.

ticktoc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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