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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디스크인줄 알았는데…이름도 생소한 후종인대 골화증
-23일 ‘희귀질환 극복의 날’…후종인대 골화증도 희귀ㆍ중증 질환
-목 디스크와 달리 인대가 딱딱하게 굳어 뼈처럼 되며 척수를 압박
-젓가락질을 못하거나 악력이 약해지는 것도 전조…유병률 2~3%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회사원 석모(49) 씨는 지난해 말 자신이 다니던 대기업의 임원으로 승진, 바쁜 나날을 보내 왔다. 가끔 목뒤가 뻣뻣하고, 젓가락질도 힘들었지만 업무가 과중해 피곤한 탓으로 여기고 방치했다. 그러다 올해 설 연휴 전 회식 때 동료들과 회식한 뒤 계단을 내려 오던 중 미끄러졌다. 이후 팔다리를 전혀 움직이지 못해 바로 종합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다. 정밀 검사 후 의사는 “경추 3~6번까지 후종인대 골화증이 심해 신경을 강하게 압박한 것이 원인”이라고 했다.

매년 5월 23일은 ‘희귀 질환 극복의 날’이다. 2016년 말 ‘희귀질환관리법’ 시행에 맞춰, 희귀 질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한편 예방ㆍ치료ㆍ관리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처음으로 지정했다. 희귀 질환은 유병 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 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으로, 터너증후군, 헌터증후군, 혈관부종, 하다드증후군 등 약 7000종에 이른다. 

후종인대 골화증은 뇌졸중, 목 디스크 등과 증상이 비슷해 혼동하기 쉬운 질환이다. 자칫 사지 마비까지 올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신준재 인제대 상계백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후종인대 골화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공=인제대 상계백병원]

후종인대 골화증도 그런 희귀 질환 중 하나다. 보통 손발이 저리고 예전보다 걸음걸이가 둔해지면 뇌졸중, 덧붙여 목 통증이 심하면 목 디스크를 의심하기 쉽다. 하지만 이 같은 증상이 동시에 일어난다면 후종인대 골화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석 씨의 사례처럼 사지 마비까지 올 수 있어 위험한 질환이다.

후종인대 골화증의 국내 유병률은 과거 1%남짓이었지만 최근 2~3%로 상승했고, 증가 추세다.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2배가량 많다.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영향이 큰 병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 만난 신준재 인제대 상계백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경추(목뼈) 후종인대 골화증 환자 중 26%는 부모에게, 29%는 형제에게도 후종인대 골화증이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 병은 인종적으로는 서양인보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양인에게 흔하게 발견된다”고 했다.

후종인대 골화증은 경추 뒤쪽에 붙어 있는 길다란 인대인 후종인대가 석회화돼 두꺼워지는 병이다. 후종인대 뒤에는 척수가 위치하고 있다. 후종인대가 두꺼워져 석회화돼 뼈처럼 딱딱해지면 척수를 압박하게 돼 어려 신경학적 증세가 나타난다.

환자 대부분은 증상이 없거나, 뒷목의 뻣뻣함, 압박감만을 호소한다. 신 교수는 “후종인대 골화 정도가 커지고 신경이 압박되면 손발 저림, 감각ㆍ근력 저하, 보행장애, 배뇨ㆍ배변장애까지 나타난다”며 “심해지면 손발의 힘이 떨어져 젓가락질이 떨어지고 악력까지 약해지게 돼 물컵 같은 것을 잘 못 쥐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초기 환자의 경우 후종인대가 두꺼워지는 속도가 매우 느려 손발저림이나 다리가 휘청거려 X선ㆍCT 촬영 등을 하면 후종인대가 심하게 석회화된 것이 발견된다. 신 교수는 “후종인대 골화증이 있는지 모르고 지내다 교통사고, 넘어지는 사고, 부딪힘 등으로 근력이 약해져 내원하는 경우 발견하기도 한다”고 했다. 

후종인대 골화증은 뇌졸중, 목 디스크 등과 증상이 비슷해 혼동하기 쉬운 질환이다. 자칫 사지 마비까지 올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신준재 인제대 상계백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후종인대 골화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공=인제대 상계백병원]

이 병과 헷갈리는 질환도 많다. 신 교수는 “증상이 심해져 손발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지면 파킨슨병이나 뇌졸중, 손목이 뻐근하면 손목터널증후군, 목뒤 통증이 심하면 어깨와 착각해 회전근개 파열이나 목 디스크를 의심하고 다른 진료과를 전전하다 치료가 늦어지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후종인대 골화증의 치료는 크게 비수술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나뉜다. 후종인대 골화증이 확인됐으나 증상이 없거나 척수의 압박 정도가 심하지 않을 때에는 비수술적 치료를 활용한다. 소염진통제 등 약물 투여와 물리 치료 등을 병행하게 된다.

신 교수는 “비수술적 치료에도 호전이 없을 때, 척추관 침범이 심해 척수 압박 증상이 진행ㆍ악화되는 보행장애, 팔 또는 다리에 섬세한 운동 장애가 있을 때 수술적인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다만 의사와 상의를 통해 수술 선택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후종인대 골화증 증상이 있는데 뼈가 부러진 적이 없다고 하는 사람은 관련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후종인대 골화증은 중증 질환이고, 희귀 질환이지만 일반 진료비보다 낮은 본인부담률(10%)이 적용되는 산정특례 질환으로 지정돼 있지 않다. 신 교수는 “연간 수천만원에 달하는 진료비를 환자가 부담해야 돼 안타깝다”며 “해당 질환의 유병률이 비슷하고 건강보험 제도가 비슷한 일본에서는 이미 적용된 만큼 보건당국이 긍정적으로 산정특례 질환 지정을 검토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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