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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이슈 추적] 폐과 위기까지 겪은 가천대 한의대, 무슨 일 있었나
-12곳 한의대ㆍ한전원 중 전임 교수ㆍ부속병원 병상 수 최하
-의대와 비교해 지원 천양지차…“기준 맞추려 급히 교수 채용”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길병원 설립자인 이길여 총장의 가천대는 국내에서는 드물게 의대ㆍ한의대ㆍ약대ㆍ간호대를 모두 갖춘 대학 중 하나다. 하지만 의대와 한의대에 대한 지원이 천양지차다. 의대의 경우 신입생은 6년 동안 전액 장학금을 받지만, 한의대는 전임 교수 수와 부속 병원 병상 수가 국내 한의대ㆍ한의학전문대학원(이하 한전원) 12곳 중 가장 적다.

가천대 한의대는 부속병원 진료과와 전임 교수 수가 적어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이하 한평원)의 교육평가 인증을 받지 못해 한때 폐과 위기에 몰린 적도 있다.이에 대해 한의학계 일부에서는 이 같은 재단(학교법인 가천학원)의 차별적 처사와 한의대ㆍ한방병원에 대한 부실한 관리가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있다. 


가천대 한의대, 전임 교수ㆍ부속병원 병상 수 ’최하위’=18일 대학가, 의료계, 한의학계와 ‘2018 한의학연감’ 등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가천대 한의대의 전임 교원 수는 21명으로 한의대ㆍ한전원 12곳 중 가장 적었다. 한의대ㆍ한전원 중 기초ㆍ임상을 포함한 전임 교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경희대(75명)였고 ▷원광대(58명) ▷대구대(51명) ▷부산대(45명ㆍ한전원)이 뒤를 이었다. 그 중 경희대ㆍ원광대ㆍ부산대는 가천대와 마찬가지로 의대ㆍ한의대ㆍ약대ㆍ간호대를 모두 갖춘 대학이다.

가천대와 입학 정원(30명)이 같은 우석대의 경우 재학생 수는 141명으로, 가천대(166명)보다 적었지만, 교수는 24명으로 가천대보다 많았다. 가천대는 부속 병원(길한방병원ㆍ사진)의 병상 수도 100개로, 우석대(전주한방병원)와 함께 가장 적었다.

실제로 가천대 한의대는 폐과 위기를 겪은 바 있다. 지난해 가천대는 상지대와 함께 한평원의 ‘한의학교육 평가인증’에서 한시적 인증을 받았다. 한시적 인증이란 1년 이내 평가인증 기준을 개선하지 못한 학교에 신입생 모집을 금지하는 일종의 인증 유예다. 인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은 면했지만, 사실상 폐과 위기에 몰렸던 셈이다.

의대의 경우 재정 위기에 빠진 서남대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2016 의학교육 평가인증’에서 불인증 판정을 받아 결국 올해 신입생을 뽑지 못했다. 결국 서남대는 올해 2월 폐교됐다.

가천대는 상지대와 함께 한의대 교육과정 인증평가 항목중 필요한 교수 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한평원 관계자는 “이들 학교는 최소 4~5년간 교수가 부족한 상태에서 교육과정을 운영해 왔다”며 “가천대의 경우 입학 정원이 적어 교수를 적게 뽑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요구한 교수 수는 학생들이 큰 문제 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마지노선에 가깝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천대 측은 한방내과, 침구과, 한방부인과 등 8개 진료과 한방 전문의 자격이 있는 교수들을 최소 1명씩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한평원의 평가인증 기준을 5개 과목에 한방 전문의 자격 교수 임용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가천대와 입학 정원과 부속 병원 병상 수가 같은 우석대는 평가 당시 진료가 8개에 모두 전임교수가 배정돼 있었다. 우석대는 평가 기준을 충족해 3년 인증을 받았다. 가천대와 대조되는 대목이다. 결국 가천대는 뜻을 접고 모든 평가 기준을 충족시켜, 올 1월 한평원의 5년 인증을 받고 폐과 위기에서 벗어났다.

대학가 관계자는 “한의대 평가 인증 당시 가천대는 서울대 의대 출신인 이 총장이 부임한 후 한의대보다 의대 육성에 더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 들었다”며 “학교 안팎에서 한의대 전문의 교수 임용에 들어가는 인건비를 줄여 왔다는 의혹이 있다는 내용도 들었다”고 했다.

“가천대 한방병원 교수 급여 다른 곳 수준 못 미친다고 들어”=가천대가 한의대가 의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원이 부족하다는 의혹이 있어 한의학계에서도 불만이 많다. 가천대 의대의 경우 신입생에게 예과 2년ㆍ본과 4년 등 6년 장학금과 기숙사 무료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한의대는 상황이 정반대다.

특히 부속병원 문제는 가천대 한의대의 ’뜨거운 감자‘였다. 이 총장이 세운 가천학원은 1998년 한의대를 갖고 있던 경원대(가천대 전신)를 인수하면서 의대ㆍ한의대 협진을 통한 시너지 창출과 함께 한의대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가천대 한의대는 우여곡절 끝에 캠퍼스에서 약 100㎞ 떨어진 인천 남구 구월동 가천대 길병원 옆에 길한방병원을 부속 병원으로 갖게 됐을 뿐이다. 2009년 길한방병원이 세워질 때까지 한의대 학생들은 서울 송파구, 인천 중구로 실습 병원을 옮겨 다니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학생들은 2013년 말부터 수업 거부와 시위를 벌인 끝에 학교 측으로부터 ’부속 병원은 현 병원 체제가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충분한 실습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한다. 단, 부속 병원이 3년간 실질적 흑자 체제로 운영될 경우 2년 이내에 서울 또는 글로벌캠퍼스(경기 성남) 인근에 임상 교육이 가능하도록 적절한 부속 한방 병원을 확보한다’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문을 받고 다음해 4월 수업에 복귀했다. 현재 부속 병원 문제는 수면 아래로 잠겨 있지만, 향후 경영 상황에 따라 논란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의학계 관계자는 “한의학계에서는 경원대를 인수했던 이 총장이 의사여서 한의대도 잘 운영해 주기를 바랐다“면서도 “솔직히 한의대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증 평가를 앞두고 가천대가)부속 병원 전임 교수도 부랴부랴 채용하긴 했다”며 “급여는 다른 곳 수준에 못 미친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가천대는 한의대가 평가 인증을 받아 각종 상황이 개선되고 있고, 관련 문제도 해결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가천대 관계자는 “(학교-학생 간)합의문에 있는 부속 한방병원을 확보하는 내용은 경영 상황을 따져 세부적으로 살펴봐야 하는 사안”이라며 “한의대에 대한 투자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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