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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남북 화해의 첫 걸음은 대북 쌀 지원부터--농협구례교육원 송남근 교수
지난 4월 27일 전 세계가 숨죽여 지켜보는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측 판문각 계단을 내려와 미리 기다리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과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반갑게 악수를 하며 인사를 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군사분계선을 넘는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보며 적지 않은 사람들이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 방문 장면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을 것이다.

두 전직 대통령의 평양 방문보다 앞서 1998년 남북 분단 반세기 만에 정주영 명예회장이 소떼를 이끌고 판문점을 넘어 북한을 방문했다. 실향민 출신인 정회장은 고향집에서 소 판돈 70원을 가지고 도망친 빚을 갚겠다며 그 한 마리에 1000마리를 합쳐 1001마리를 두 차례에 걸쳐 북한에 전달하였다. 그의 방북은 단순히 민간교류의 첫 사례라는 기록보다 이후 금강산 관광, 최초의 남북정상회담 및 개성공단 건립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에 더 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진제공=농협]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000년부터 2007년까지는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운영 외에도 차관 형식을 빌어 매년 수십만 톤에 이르는 대북 쌀 지원이 이뤄졌다. 그러나 2008년 이후 남북관계가 급속하게 냉각되면서 2010년 5천 톤의 수해지원을 제외하고는 대북 쌀 지원은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았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세계식량계획(WFP)의 ‘2018 세계 식량 위기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전체 주민 2500만 명의 41%에 해당하는 1050만 명이 지난해 기근에 시달렸다고 한다. 또한 북한은 외부 식량 원조가 필요한 나라로 분류된 37개국에 포함됐으며 아시아에서는 파키스탄과 함께 북한이 유일하다. FAO가 지난 3월 발표한 북한 식량 생산량 보고서에 따르면 올 한해 북한이 수입 또는 국제 지원으로 메워야 할 식량 부족량이 약 46만 톤에 달한다고 한다.

이 와중에 우리 정부의 양곡창고에는 적정 수준을 100만 톤이나 웃도는 쌀이 쌓여 있다. 해마다 수확철이 되면 쌀값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으며, 매년 쌀 소비는 줄어들고 쌀값은 수년째 제 자리 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쌀값 하락에 따른 변동직불금 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쌀 생산 조정제를 도입하는 등 과잉생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형국이다.

해법은 명확해 보인다. 대북 쌀 지원을 재개하면 된다. 혹자는 대북 쌀 지원이 굶주린 북한 주민의 배를 채우는데 올바르게 사용되지 않고 오히려 무기가 되어 우리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유엔 차원에서 대북 경제 재제를 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협조 없이 북에 쌀을 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남북간 쌀 지원의 최초는 1984년 수해를 입은 남한을 돕고자 북한이 지원한 것이었다. 결국 신뢰의 문제이다.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는 방법도 있고 인도적인 차원에서 지원을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신뢰는 동의나 말만으로 형성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의 대통령은 ‘노벨상을 타시라’는 덕담에 ‘노벨상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타고 우리는 평화를 얻으면 된다’라고 화답했다. 신뢰가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는 지도자가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사람들은 벌써 통일을 이야기하고 대륙횡단열차를 타고 유럽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한다. 당장 금강산관광을 재개하고 개성공단을 재가동하자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보다 우선하여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조건 없이 북에 쌀을 지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를 통해 무엇보다 급한 북한의 식량난 해소와 남한의 쌀값 안정 및 지속 가능한 농업이라는 일석삼조의 효과와 더불어,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신뢰의 초석을 놓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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