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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0년 예술로 견딘…‘덕수궁미술관’ 작품이 되다
‘내가 사랑한 미술관 : 근대의 걸작’展
고전주의 건축양식 ‘덕수궁미술관’ 조명
설계도원본 공개…생생한 현장감 그대로
이중섭·박수근 등 근대작가 작품 전시
소장경로 등 뒷이야기 읽는 재미 2배


“‘공간’이라는 개념이 근대에 들어 생겼다. 덕수궁미술관은 고전주의 건축양식을 따른 대표적 작품으로 꼽히지만, 3×3×3미터의 정육면체를 기본단위로 좌우상하로 계속 확장한다. 근대적 ‘공간’을 실현한 건축물이기도 하다” (김종헌 배제대 건축학과 교수)

“이중섭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투계’는 1971년 매입당시 20만원에 구입했다. 박수근의 ‘노인과 손자’도 작가 사후 부인이 소장하고 있던 것을 1972년 ‘한국근대미술 60년’에 출품했고, 100만원에 매입했다. 이렇게 기념비적인 작품이 국립미술관에 남아 관객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어찌보면 기적이다”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한국근대미술품과 그 작품을 담는 그릇인 근대 미술관을 돌아보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은 개관 20주년을 맞아 덕수궁미술관과 근현대미술품을 조망하는 전시 ‘내가 사랑한 미술관:근대의 걸작’전을 개최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전시는 크게 미술관과 근대미술품 두 축으로 이뤄진다.

미술관 자체가 전시 전면으로 나선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인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헤이(1880~1963)의 설계로 1938년 건립된 덕수궁미술관이 제1전시실을 채웠다.

‘이왕가미술관’으로 개관한 이곳은 조선 최초의 미술관전용 건물로, 당시 불상과 도자기 등 옛 조선왕실의 고미술품을 전시했다.

일제 총독부는 고종황제의 마지막 거처였던 석조전을 일본 근대미술전시장으로 운영하며, 일본미술과 조선미술의 격차를 부각시켰던 아픈 역사가 서려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은 홀의 기둥을 원래대로 복원하고, 남쪽 출입구의 나선형 계단 등을 일반에 공개했다. 복원된 55×55센치 기둥엔 80년전 붙인 타일이 드러났다. 가운데를 중심으로 15.1센치 타일을 석장을 2미리 간격을 두고 붙이고, 그 양 옆으로 7.5센치 타일이 붙었다. 3분할 구성을 위해 중심을 기준으로 양쪽을 배열하고 그 양쪽으로 다시 축소된 부분을 붙인 것인데, 중앙홀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날개를 펼친듯한 덕수궁 미술관의 축소판처럼도 읽힌다.

하이라이트는 지난 2014년 일본 하마마츠시립중앙도서관에서 발견된 덕수궁미술관 설계도 원본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설계도엔 당시 현장에서 직접 적어넣은 수치와 표시가 그대로 남아있어 생생한 현장감을 전한다.

다른 전시실에선 고희동,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이상범, 한묵, 유영국, 이응노, 권진규 등 한국근대미술 대표작가 73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하나 하나가 교과서에 나올만큼 미술사적 의미가 큰 작품들이다.

특히 이중섭은 ‘투계’, ‘부부’에 이어 ‘정릉 풍경’이 나왔다. 1956년작인 정릉 풍경은 작가가 작고하기 직전 완성한 작품으로, 말년에 많이 사용했던 노란색이 화면에 가득하다. 여러번 덧그리는 작가 스타일이 그대로 살아있다.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는 “말년에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작업을 계속했던 작가의 아픔이 그대로 읽힌다”고 했다. 이렇듯 작품 자체의 미감도 훌륭하지만, 이 작품이 어떻게 국립현대미술관의 품으로 들어오게 됐는지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적은 설명문을 읽는 재미도 상당하다.

보석함은 특유의 미학이 있다.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함을 열기 전 내용물을 상상하며 흥분이 더욱 고조된다. 미술관이 보석함이고 그안의 작품이 보석이라면, 이번 전시는 둘을 함께 즐길만한 전시다. 10월 14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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