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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PAS]5월만 되면 고라니는 웁니다
[헤럴드경제 TAPAS=정태일 기자]지난 7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일대. 남북대로 길가 곳곳에 고라니들이 쓰러져 있었다. 밤새 도로를 지나다 로드킬을 당한 고라니들이었다. 1㎞ 남짓 거리를 가는 동안 네다섯 마리는 족히 발견될 정도로 적지 않은 고라니들이 로드킬에 희생되고 있었다.

■5월 로드킬 ‘주의보’
월별로 5월은 로드킬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달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1~2016년 동안 2, 3월에는 로드킬이 300건 수준에서 4월 1000건을 넘어서더니 5월에는 3468건으로 급증했다. 로드킬 중 60%는 새벽 1시부터 아침 8시 사이에 일어났고, 40%는 아침 9시부터 자정 사이 발생했다.
로드킬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수도권에선 하남ㆍ용인ㆍ여주 등이었고, 강원도 춘천ㆍ남원주 등과 함께 충청권에선 서공주ㆍ당진ㆍ청주 등이 고위험지역으로 꼽혔다.



■최대 희생자는 ‘고라니’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로드킬을 당하는 야생동물의 88.3%는 고라니다. 로드킬 희생 동물 10마리 중 9마리 가까이가 고리나인 셈이다. 이어 너구리(5.5%), 멧돼지(2.9%), 오소리(1%), 멧토끼(0.7%), 삵(0.6%) 등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인간에 쫓겨 이동하다 불상사
고라니는 봄철이면 새끼가 어미로부터 독립하기 때문에 이동하는 습성을 보인다. 4, 5월되면 로드킬이 급증하는 것도 이와 관련있다.
하지면 최근에는 개발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어쩔 수 없이 서식지를 옮기다 로드킬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용인 처인구청 관계자는 “처인구 곳곳이 개발되다 보니 인간이 고라니 서식지로 들어오면서 고라니들이 이를 피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이동하다 로드킬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앱으로 고라니 로드킬 막는다
국립생태원은 현재 고라니 등 야생동물의 로드킬을 막기 위한 대책을 국토부, 환경부 등과 추진 중이다. 우선적으로 로드킬 발생 좌표를 축적해 중점 관리지역을 선별할 예정이다.
최태영 생태보전연구실 책임연구원은 “현재 고속도로는 도로공사, 국도는 국토부, 지방도로는 각 지자체서 관리해 로드킬 통계가 일원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로드킬 접수 담당자들이 각 현장에서 앱으로 촬영해 전송하면 국립생태원 서버에 축적돼 동물 종류와 지역 등의 정보를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야생동물들의 이동 규칙성 등을 파악해 로드킬 예방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좌표가 쌓이면 국립생태원은 우선지역부터 울타리를 쳐 로드킬 방지에 나설 방침이다. 최 연구원은 “지금 생태통로 설치 및 관리지침 상 울타리 높이가 1.2m 또는 1.5m로 돼 있는데 작년 연구결과 고라니 도약높이를 감안하면 최소 1.5m 이상으로 울타리를 설치할 필요가 있어 지침을 변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로드킬 표지판 [출처=녹색연합]


■유해조수 그리고 멸종위기
그렇다고 모두가 고라니 보호만을 외치는 것도 아니다. 농가에서는 고라니로 인한 작물피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심지어 고라니는 유해조수(농업, 임업, 수산업 등에 피해를 주는 조수로서 산림청장이 정하여 고시)로 지정돼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로드킬을 관리하는 지자체 부서에서 고라니 수렵을 허가하는 업무까지 맡을 정도다.
국내서는 고라니가 골칫거리지만 세계적으로 고라니는 멸종위기 동물(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의 취약종)이다. 현재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주로 서식하고 있다.
농가에 피해를 주는 고라니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로드킬로 희생되는 고라니를 마냥 방치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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