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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연트럴파크’ 못잖은 경의선 책거리엔 무슨 일이?
금요일 오후, 해가 뉘엿뉘엿해지면 수많은 발길이 몰려드는 곳이 있다. 버스, 지하철마다 이곳에 사람들을 쏟아내고, 거리는 제대로 발을 옮길 수 없을 정도로 비좁아진다. 바로 홍대역이다.

그 가운데서도 이즈음 더욱 붐비는 곳이 ‘연트럴파크’쪽으로 난 길이다. 나무와 풀이 싱그러운 연록으로 물들어가면 그 말간 푸르름 만큼이나 파릇한 젊은이들이 몰려든다.

이들은 거대한 물결을 이루며 길따라 흘러갔다 또 어딘가로 새나간다. 경의선 철길이 지하화되면서 조성된 공원은 지는 해를 바라보며 산책하기 좋을 뿐만아니라 다양한 카페와 음식점들이 즐비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북적거리는 이 홍대역 3번 출구와 도로를 끼고 마주보는 동교동 쪽은 정반대다. 거대한 복합시설 건물이 신축중으로 지나다닐 길이 없어 우왕좌왕하게 만든다. 괴물 같은 거대 빌딩이 막아선 이 길도 경의선 숲길의 연장선상이지만 연트럴파크와 이어지지 못하고 뚝 끊겨버렸다.

공사장의 먼지만 풀풀 날리는 이 안쪽에 2년전 경의선 책거리가 조성됐다. 출판사와 문화예술 콘텐츠가 몰려있는 홍대의 지역적 특성을 살려 만든 것으로 9개의 테마별 책방이 상설 운영되고 있다.

여행책방부터 아동, 문학, 인문 까지 9개의 테마 책방은 열차의 모습을 본떠 큐브형 건물이 이어지는 모양을 하고 있다. 산책하기 좋게 조성된 길과 책방들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낭만적인 이미지지만 현실은 다르다.

거대 건물에 막혀 빙 돌아 겨우겨우 찾아온 이들은 상상했던 책방의 모습과 달라 실망하고 만다.

콘크리트 건물로 지어진 책방은 고속도로 휴게소의 특산물 판매장 같은 모습이다. 출입문도 드나들기 좋게 길 쪽으로 낸 게 아니라 열차모양 흉내내기에 급급해 엉뚱한 쪽에 문이 나 있다. 멋 없는 모양과 구조, 단단한 유리문은 동선과 감성을 무시한 막무가내 구조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무런 고민없이 거대 복합시설을 짓는 댓가로 뚝딱 지어준 듯한 인상이다.

책방 운영자들은 한달 운영해봤자 한 사람 인건비도 안나온다고 말한다. 실제로 한 메이저 출판사가 운영하는 문학산책 책방은 그 중 가장 잘나가는 곳인데도 3,4월 매출이 260만원에 불과했다. 최저임금인 한달 170만원이 안되는 벌이다.

운영자들은 책을 사는 사람들이 너무 없다며, 갈수록 더해진다고 걱정이다. 그 곳에서 지난 주말 ‘트렁크 책 축제’가 열렸다. 야외무대에서 공연과 책 낭송 등의 행사가 벌어졌지만 썰렁했다. 파장 무렵엔 네댓명만 앉아있는 모습이 책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했다.

문체부는 올해를 ‘책의 해’로 정하고, 출판생태계를 복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북트럭, 심야책방, 북캠핑 등을 운영해 독서열기를 고조시키겠다고 한다.

지난 달 나온 독서통계를 보면, 우리 국민 10명 중 4명이 1년내내 책 한 권도 읽지 않는다. 매년 독서율은 낮아지고 있다.

도종환 장관은 23년만에 정부가 지정한 책의 해를 꼭 성공시키겠다고 했지만 국민독서력을 높이려는 근본적인 대책과 노력, 징후는 찾아보기 어렵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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