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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역사교과서 집필에 정부 개입 막을 제도적 장치 시급
역사 교과서 이념 논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교육부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위탁해 마련한 집필 기준 시안이 발표되자 진보와 보수 진영간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다시 보는 듯하다.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군사독재 시절을 넘어 문민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집필 기준이 달라지고 논쟁은 계속됐다. 집필 기준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정권이 역사 교육마저 독점하려는 발상 때문이다. 역사 교육에 정권의 입김을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언제까지 역사 교육이 정권 입맛에 따라 춤추고 이념 다툼의 늪에 빠져들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번 집필 기준 역시 현 정권의 이념적 성향과 상당부분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키 어려울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가 체제에 대한 표현이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민주주의’로 바뀐 것이 대표적이다. 이전까지 ‘민주주의’로 기술해오다 이명박 정부 때 ‘자유’를 넣은 것인데 이번에 다시 빠졌다. 해묵은 논쟁거리인 1948년 8월15일 표현 역시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다시 정리됐다.

문제는 매번 논란이 야기되는 것인데, 이는 정치권이나 학계가 이들 표현을 너무 과민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자유’, ‘정부’라는 표현 유무의 차이는 일반인의 경우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 ‘자유’ 부분만 해도 사회관련 각종 교과서에서 정권 성향에 관계없이 혼용되고, 학생들도 ‘민주주의’라는 큰 틀에서 이해하고 있다. 정부 수립이냐, 대한민국 수립이냐를 놓고 벌이는 논쟁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이 1948년부터가 출발이라고 믿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헌법 전문에도 적시하고 있듯 임시정부에서 시작해 광복을 거쳐 오늘의 대한민국으로 이어졌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도 진영논리에 갇혀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니 소모적인 논란만 커지는 것이다.

역사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사고의 탄력성과 창의적 역량을 키우는 것이 역사 교육의 목적이다. 역사는 특정 세력의 전유물이 될 수 없는 것은 이런 이유다. 지난 정권 역사 교과서 국정화 파동은 그 좋은 반면교사였다. 역사 교육에 정부가 아예 관여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교과서 집필 기준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시대역행적이다. 그나마 교육부가 ‘최소한의 개입’ 입장을 표명한 건 긍정적 변화다. 궁극적으로는 집필기준을 없애고 자유롭고 다양한 역사 교과서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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