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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금융안정 협의체가 필요하다
중국 전국시대 조나라의 “화씨의 구슬”에서 유래한 ‘완벽(完璧)’이란 단어가 있다. 아무런 결점없이 매우 훌륭한 상태를 일컫는 말로서 일상생활에서도 빈번하게 사용된다.

사실 ‘완벽’은 결코 말처럼 쉽지 않다. 최근 ‘삼성증권 배당사고’는 완벽에 대한 일상적 판단에 내재된 허상의 일면을 보여줬다. 배당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만해도 삼성증권 내부에서는 ‘완벽’한 전산시스템과 업무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다고 자부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 배당사고를 통해 완벽이 얼마만큼 어려운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완벽하지 않은 것을 완벽하다고 믿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확률 99.99%는 분명 100%가 아니다. 그럼에도 99.99%를 100%로 여기는 순간 ‘별일 있겠어?’하는 낙관론이 자리를 잡게 된다. 그리고 뒤이어 작거나 사소한 부분들을 간과하면서 문제의 씨앗이 잉태된다. 1986년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된지 73초만에 공중에서 폭발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발사준비가 ‘완벽’했다고 믿었지만 사고 조사결과 밝혀진 폭발 원인은 간과했던 작은 고무패킹 결함이었다. 0.01%의 가능성이 현실화된 것이었다.

금융시스템내에서도 이런 ‘완벽의 환상’이 발생할 위험성은 항상 열려 있다. 현재 정부와 금융당국은 과거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얻은 교훈 등을 바탕으로 금융시스템내 위험요인을 선제적으로 관리해 나가고 있다. 당장 금융시스템에 어떤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은 이전에 비해 매우 제한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위기 발생가능성을 감소시킬 수는 있어도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다. 예상치 못한 위기 발생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언제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지 알 수 없으며, 막상 위기의 첫단계가 시작되고 나서야 비로소 위기가 발생했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위기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시켜 나가는 예방책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위기 확산을 방지해 나갈 수 있도록 정교한 사전준비 및 대응책을 미리 확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먼저, 위기 발생시의 예상시나리오별로 구체적인 대응절차와 방법을 명확하게 매뉴얼화해야 한다. 위기앞에서 우왕좌왕하는 것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 따라서, 금융시스템에 위기가 발생할 경우 곧바로 필요한 방어기제들이 체계적이고 자동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늘 매뉴얼을 점검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위기대응 매뉴얼이 실제 위기시 원활히 작동하려면 주기적으로 위기대응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모든 일은 연습이 9/10’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매뉴얼도 제대로 실행이 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매년 8월 을지훈련을 통해 국가비상사태에 대비하듯 체계적으로 금융시스템 위기시를 상정한 금융시장 전반의 위기대응훈련을 실시해서 가치있는 실전 매뉴얼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금융안전망에 참여하는 기관간의 공조체계도 한층 강화해야 한다. 금융위기는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시장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신속하게 중지를 모아야만 해결이 가능하다. 평상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안정과 관련된 기관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미리 구성ㆍ운영해서 만일의 사안 발생시 신속하게 모여 충분히 머리를 맞댈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갖춰놓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이후 지난 10년간 세계경제는 풍부한 유동성에 기반한 부동산 및 주식시장의 활황으로 성장세를 구가해 왔다. 그렇지만 올초 국제통화기금(IMF)은 경기침체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 수 있다며 낙관론에 경고했다. 그간 우리가 겪어온 대로 금융위기는 항상 우리 곁에 있어 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위험을 피하려면 최악의 사태를 항상 대비해 두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되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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