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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모 소금 사피엔스’…소금은 어떻게 문명을 일궜나
국립민속박물관 5.1~8.19 특별전시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아버지의 가치는 죽고 난 뒤에 알고, 소금의 가치는 없어지고 난 다음에 안다.’(인도)

‘소금은 열두 가지 반찬을 만든다’,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 ‘소금이 쉴 때까지 해 보자.’(한국)

‘소금은 가장 순결한 부모인 태양과 바다의 산물이다.’(독일)

소금을 둘러싼 각국의 속담들이다. 소금은 만시지탄(晩時之歎) 처럼 가장 소중한 것으로 표현되고, 해결사, 균형자, 변치않음, 고결함, 위대함 등으로 인류에게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계란 먹고 난 후에야 소금을 가져온다’는 네덜란드 속담은 마치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버스 지나간 뒤 손 흔든다’는 우리 속담과 비슷하다.

고구려의 시조 주몽은 개척단을 이끌고 중앙아시아 소금산을 발견함으로써 조선,부여 민중의 지지를 더욱 확고히 얻었다는 내용이 몇 해 전 방송을 타기도 했다. 이렇듯 소금은 인류민속문화, 문명을 만드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기반이었다.

신안 증도 염전

▶맛= 소금은 짠맛을 내는 유일한 물질이다. 짠맛을 내기 위해 소금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은 없다.인류는 빙하시대 매머드 스텝(Mammoth Steppe)이라 불리던 ‘소금길’을 따라, 소금의 섭취량을 늘리면서 문명의 질을 높여왔다. 소금을 얻기 위한 집념과 소금에 대한 탐닉이 인간의 삶과 세계사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수천년전 국민경제의 핵심이었다.

▶순결= 한편으로 소금은 흰색이기에 순결함과 순수함, 깨끗함의 상징이었다. 이집트 신관은 정화(淨化)의례에 소금을 사용했고, 우리나라에서도 무당은 본굿에 앞서 소금을 뿌리며 신(神)이 오는 길을 깨끗이 하였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라를 70일간 소금물에 담가 방부 처리했을 정도로 소금은 썩지 않는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썩지 않기에 영원히 변하지 않는 소금의 속성은 변하지 않아야 할 ‘약속’이나 ‘동맹’, ‘우호’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확대됐다.

▶권력= 소금은 귀했다. 18세기 이전의 유럽에서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 주인의 지위를 나타냈던 정교하고 화려한 소금통, 귀한 만큼 우리나라 종묘제례(宗廟祭禮)에 형염(形鹽)을 제물로 올렸으며, 전 세계적으로 소금이 국가의 전매품이었다.

인류 문명을 지탱해온 소금이 재미와 배움, 행복으로 대표되는 가정의달 문을 열었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은 ‘소금을 만들고 다루는 지혜로운 인류’를 주제로 한 호모 소금 사피엔스Homo Salinus Sapiens 특별전을 1일 부터 오는 8월 19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Ⅰ에서 연다.

페루의 소금 생산과정
페루의 소금 채취 도구는 한국 농촌에서 흔히 볼수 있는 것들이라 이채롭다.

▶한국연구진 4년 현장 탐사= 국립민속박물관은 이 전시를 위해, 2014년부터 2년 동안 파푸아뉴기니, 인도 , 라오스, 페루, 볼리비아 등 전 세계 11개국 15개 지역에 걸친 현지조사와 자료 수집 활동을 벌였다.

전시는 ‘프롤로그’, ‘제1부 자연, 소금을 허락하다’, ‘제2부 소금, 일상과 함께하다’,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프롤로그에서는 인류 문명과 소금의 역사를 보여준다.

1부 ‘자연, 소금을 허락하다’는 세계 각 지역에서 소금을 얻는 다양한 방식을 소개하며,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회적 환경, 역사적 경험과 함께 인간의 의지와 노력을 보여준다.

아울러, 소금의 생산 과정을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전달하는 미디어 인포그래픽information graphics과 16세기 폴란드 소금 광산의 채굴 모습을 실감 나게 제작한 애니메이션은 폴란드 소금의 역사를 역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한다.페루의 생산도구와 우리 시골에서 흔히보는 것들과 너무도 흡사해 궁금증을 낳는다.

폴 자쿨레의 소금장수

▶모정과 소금, 눈물은 왜 짠가= 2부 ‘소금, 일상과 함께하다’에서는 우리의 일상에서 여러 용도와 문화적 의미로 사용되는 소금을 소개한다. 이를 위해, 소금의 다양한 속성을 ‘짠’, ‘흰’, ‘불변의’, ‘귀한’이라는 네 가지 주제어로 나누어 관람객에게 제시한다.

‘셰프의 인터뷰’ 영상에서 모든 요리사는 하나의 목소리로 ‘음식에 있어서 소금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전시장 한쪽에는 한국의 천일염부터 프랑스 게랑드, 안데스와 히말라야의 소금까지 생산방식별로 대표적인 소금을 맛볼 수 있는 시식 체험 코너도 마련하였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의 함민복의 시 ‘눈물은 왜 짠가’에서 어머니는 아들이 먹는 설렁탕에 소금을 많이 풀어 국물을 더 먹게 한다. 어머니의 사랑이다. 또한, 여러 나라의 속담과 격언은 소금이 없는 인생이 얼마나 무미건조한지 다시금 보여준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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