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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면 가득 활짝 핀 꽃…조화와 생화사이 존재를 고민하다
박여숙화랑, 박종필 개인전 ‘익숙한 시선’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활짝 핀 꽃이 캔버스를 가득 채웠다. 튤립, 장미, 글라디올러스, 국화 등 화려한 색을 자랑하는 꽃 부터 선인장과의 식물까지 저마다 존재감을 과시하며 모두 “내가 주인공”이라고 외친다. 극사실회화 기법으로 꽃을 그리는 작가 박종필(41)의 신작 ‘비트윈 더 프레시(Between the Fresh)’ 시리즈다.

박종필의 개인전이 서울 강남의 박여숙 화랑에서 5월 2일부터 17일까지 열린다. 세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의 주제는 ‘익숙한 시선’이다. 익숙한 꽃이지만 마냥 익숙하지만은 않은 시선으로 담아내, 관객들에게 존재론적 사유를 권한다. 

박종필, Between The Fresh No.84-s, 2017, oil on canvas, 72.7 x 90.9 cm.[사진제공=박여숙화랑]
박종필, Between The Fresh No.78, 2016, oil on canvas, 131 x 163 cm.[사진제공=박여숙화랑]

사진보다도 더 사실적으로 묘사한 이 그림엔 한 가지 함정이 있다. 화면에 자리잡은 꽃들이 모두 ‘생화’는 아니라는 것. 그러나 완성품을 만나는 관객들은 어떤 꽃이 생화이고 어떤 꽃이 조화인지 알 방법이 없다. 모두 다 ‘자연스럽게’ 진짜 꽃 같다.

따지고 보면 그림으로 만나는 꽃을 놓고 생화와 조화를 구분하려 한다는게 의미없는 일이기도 하다. 전시장에서 만난 박종필 작가는 작업할 때부터 생화와 조화를 섞어 꽃다발을 만든 뒤, 이를 사진으로 찍어 화면에 옮긴다고 했다. “저는 어떤 꽃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알지요. 심지어는 인터넷에서 채집한 이미지도 있고 제가 핸드폰으로 길가다 찍은 꽃도 섞여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구분하려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요” 모순의 집합에서 존재의 가치를 고민하게 된다.

박종필 작가는 꽃 이전엔 케이크나 캔디 등 음식을 주로 그렸다. 쉽게 변하거나 양향받는 소재가 그의 주 관심사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물질성이 오히려 강조되는 아이러니를 통해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 살아가면서 서로 영향을 받고 미치는 관계성을 표현하고자 했다”는 작가 설명이다.

전시를 기획한 박여숙갤러리측은 박 작가의 작품은 ‘신형상회화(New Figurative Painting)’으로 서구 하이퍼리얼리즘과는 결을 달리한다고 강조했다. “하이퍼리얼리즘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은 것처럼 리얼한 세계를 표현, 재현에 관심을 둔다면 박종필 작가 작업은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물을 통해 가시화 할 수 없는 사유의 영역을 좀 더 깊게 파고든다”

한편, 박여숙 화랑은 이번 박종필 개인전을 마지막으로 청담동시대를 마무리한다. 오는 6월 경리단길에 마련한 신사옥으로 입주할 예정이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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