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올 소비시장 트렌드] 100만원 외투속에 3만원짜리 청바지
소비트렌드 ‘알뜰손과 큰 손’ 사이

고가 겉옷에 안쪽옷은 싼것으로
가성비·가심비 모두중시 ‘新문화’
극과극 소비형태 경계 허물어져


#. IT기업에 다니는 한상혁(35ㆍ가명) 씨는 봄을 맞아 새옷을 사러 서울 명동의 한 백화점에 들렀다. 고가의 아우터류 한 벌을 구매하고 인근의 한 제조ㆍ직매형 의류(SPA) 매장에 들러 3만원짜리 청바지와 1만1000원짜리 셔츠 두벌을 집어 들었다. 한 씨는 “아우터의 경우는 한 번 구매하면 오래 입을 수 있어 고가를 택했고, 셔츠와 같이 매일 입는 이너류는 가성비 높은 저가 상품을 구매했다”며 “특히 이너류는 백화점에서 한 벌 살 돈으로 SPA에서는 3~4벌 구매할 수 있고 출근복으로 입기에도 품질이 나쁘지 않아 좋다”고 했다. 한 씨는 지난 겨울 롱패딩 열풍이 일때에도 100만원 짜리 패딩을 산적 있다. 한 씨는 “롱패딩이 마음에 들어 과감하게 지갑을 열었는데,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외투 하나에 100만원, 외투를 받치는 청바지는 3만원.’

한 씨와 같은 극과극의 구매 선택 패턴은 요즘 소비트렌드의 신풍경을 보여준다. ▶관련기사 2면

예전에는 소비 능력이 있으면 고가, 소비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면 저가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흔한 패턴이었다. 알뜰족(族)과 큰손족이 확연히 구분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소비 공식은 점점 허물어지는 추세다.

한 씨 처럼 부담이 되더라도 고가의 외투 하나에 큰 돈을 들이는 대신, 안쪽에 같이 입는 티셔츠나 남방셔츠, 블라우스는 저렴한 제품을 사는 구매 스타일을 보이는 소비자가 크게 늘고 있다.

이 흐름은 패션 소비에서 뚜렷하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중간 가격대 상품이 인기를 잃으면서 한편에서는 몇만원대의 초저가 상품을 내놓는 한편 다른 한편에선 초고가 프리미엄 제품을 놓고 경쟁하는 추세가 강하다. 그 배경으론 가성비, 가심비,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트렌드와 관련이 크다. 아낄 것은 짠돌이처럼 아끼는 대신, 소비 만족을 위해선 비싼 것은 또 비싼대로 사는 소비자 스타일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일단 가성비를 추구하는 고객 눈높이에 맞춘 매장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리퍼브 시장이 대표적이다.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리퍼브 전문 아울렛은 주말에는 손님이 장사진을 이룰 정도로 붐빈다. 보다 싼 가격으로 ‘특템’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이상적인 매장이다.

가심비에 더욱 초점을 맞춘 곳도 있다. 롯데가 기존 롯데슈퍼 잠실점을 폐점하는 대신 매장을 새로 꾸며 프리미엄 푸드마켓으로 오픈한 것은 이 트렌드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이 프리미엄 슈퍼마켓은 과일과 채소의 경우 기존에 비해 프리미엄 품종을 두배 이상 늘린 것이 특징이다. 비싼 과일로 구성된 수입과일존도 마련했다.

롯데 프리미엄 슈퍼마켓 관계자는 “프리미엄 상품 65%, 일반 35%의 비중으로 제품을 구성했는데 소비자 입장에선가심비와 가성비 사이에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했다.

일부 식품업계에서 참기름 420mL에 7만3000원 짜리, 420mL 간장 한 병에 2만원 짜리 프리미엄 제품을 시장에 선보인 것도 대표적인 ‘가심비 마케팅’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백화점업계는 VIP마케팅에 주력하고 있어 주목된다. ‘불변의 소비력’을 가진 VIP의 집중 공략에 한층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매출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는 VIP 마음을 사로잡고, 매출 극대화를 이루겠다는 전략이 깃들어 있다. 실제 신세계백화점(21%), 현대백화점(18%), 갤러리아백화점(12%), 롯데백화점(9%) 등 지난해 VIP매출은 전년에 비해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심비, 가성비, 소확행의 다양한 소비심리에 따라 업계는 ‘비싸거나, 싸거나’, 둘 중의 하나인 제품에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는 분위기가 명확히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최원혁 기자/choig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