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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반도체 공정 공개 소동, 핵심기술 보호 계기돼야
삼성전자 반도체 보고서의 공개에 제동이 걸렸다.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산하 반도체전문위원회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작업환경보고서에 반도체 분야 국가 핵심 기술 7개 중 6개가 포함됐다고 결론지었다. 또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도 작업환경보고서 공개를 보류해 달라는 삼성전자측 요청을 받아들였다. 행정심판위가 정보공개 여부를 판단할 때까지 보고서 공개는 미뤄진다.

고용노동부도 “산업부가 국가 핵심 기술이라고 판단한 만큼 받아들일 부분은 받아들이겠다”고 주춤한 모습이다. 그동안 고용노동부의 행태는 폭주 기관차와 다름없었다. 지난 2월 삼성전자 온양공장의 작업환경보고서를 유족에게 공개하라는 대전고법의 판결을 근거로 소송과 아무 관련이 없고 공정과 작업 내용도 완전히 다른 기흥ㆍ화성ㆍ평택 공장의 보고서까지 공개토록 요구한 것이다. 게다가 이해 당사자뿐 아니라 제3자에게까지 공개를 허용하라고 했다.

하지만 반도체 특성상 공정라인 배치, 화학물질과 사용량은 그 자체로 핵심기술 정보다. 실제로 작업환경보고서에는 500여 개 공정의 장비 종류와 배치 등이 상세히 기술돼 있다.

삼성전자가 오늘날 세계 최고의 반도체 생산능력과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눈물겹게 정보를 수집한 결과다.

삼성은 1983년 거액을 주고 마이크론과 반도체 생산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지만 현장에 간 엔지니어들은 설계실이나 생산라인에는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 먼 발치에서 각자가 맡은 부분의 구조와 배관 공정흐름을 머릿속에 입력했다가 저녁에 숙소로 돌아와 하나하나 정리해서 만든 게 64k D램의 양산 라인이다. 공정 연구원들은 폐기물 적재장에 버려진 화학약품 라벨을 보며 공정에 필요한 화학제품이 뭔지 알아냈다. 법원이나 고용부가 “영업비밀로 볼 만한 정보가 아니며 보호할 가치도 없다”고 판단한 정보들은 그렇게 축적된 것이다. 그 결과가 1000억 달러 수출이다.

근로자 건강을 보호하겠다는 고용부 입장을 폄하할 이유는 없다. 건강을 포함한 근로자의 권익은 고용부의 존재 이유다. 그렇다고 국가 핵심 산업 기술을 유출해도 되는 건 아니다. 두가지중 어떤 쪽의 가치가 더 높은지를 평가할 수는 없다. 두 가치의 병립 방안을 모색해야 옳다. 다른 부처의 가치는 인정하지 않는 건 부처 이기주의일 뿐이다. 고용부는 보고서 공개 이후의 파장을 사전에 감지하고 산업부와의 조율이나 반도체 전문가의 자문을 구했어야 했다. 잘못끼워진 단추는 새로 채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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