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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생산의 무고용 시대
“대처하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인공지능(AI)은 인류 최악의 발명품이 될 것이다.”

얼마 전 타계한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4차 산업혁명을 경고했지만 세상은 여전히 AI에 온통 장밋빛이다. 2년 전 기계와 인간의 대결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던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에 대한 기억도 공포는 사라지고, 기대만 남았다. 첫 인명 사고를 낸 자율주행차는 여전히 생활을 바꿀 신기술로, 의학 분야에 접목된 AI 기술은 생명 연장이란 염원을 실현할 마법의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적응되지 않은 신기술의 첫인상은 불편하다. 충분히 편하고 흥미로운 콘텐츠가 넘치는 일상에 살고 있지만, 엄습하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필연적이다. 전에 없던 기술이 산업의 체질을 바꿀 수는 있어도 현재 경제활동을 하는 이들에겐 위협이라는 인식이 강한 까닭이다.

30대 중반의 A씨는 운송업에 종사하고 있다. 수도권 곳곳의 거래처를 오가느라 하루 주행거리는 500㎞에 달한다. 점심은 건너뛰기 일쑤, 칼퇴근은 언감생심이다. 그런 그가 최근 용기를 냈다. 더 나은 근무조건과 연봉, 가족과 오랜 시간을 보내고자 이직을 결심한 것이다. A씨의 눈에 들어온 직업은 버스 운전기사였다. 하지만 주위의 만류에 이력서도 내지 못했다. “무인자동차가 나오면 대중교통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이란 조언이 많았다. 당장 세상이 바뀌진 않겠지만, 무인지하철이 상용화되는걸 보면서 평생직장을 삼기엔 그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끼인 세대가 됐다”

기술은 인력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비교할 수 없는 효율성과 정확성로 고용주들을 사로잡는다. 패스트푸드점 입구에 설치된 무인 주문기기와 피트니스 트레이너의 역할을 이어받은 애플리케이션은 새로울 게 없다. 한 지인은 국비 지원을 받아 교육을 받아그간 쌓은 경력을 자동화 기기에 박탈당했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의 그늘이 어느새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4차 산업혁명의 여파로 오는 2030년까지 92만명이 새 일자리를 찾고 80만명이 직업을 잃을 것으로 전망했다. 증가가 예상된 분야는 정보ㆍ통신ㆍ공학ㆍ과학 등 고숙련 직업군이다. 예상대로 이 직업에는 젊은 인력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한 반작용, 즉 고용 위기는 운송ㆍ서비스ㆍ제조업 등 전통적인 직업군에 종사하는 이들의 몫이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최근 초등학교에선 코딩(coding) 교육이 큰 인기다. 아이들은 대기업이 아닌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스트리머, 웹툰 작가 등 자율성과 즐거움이 보장된 직업을 꿈꾼다. 반면 직장인들은 여전히 하루살이의 굴레를 반복하고 있다. 자기계발은 출퇴근 피로에 미뤄지고, 새로운 도전은 결혼ㆍ출산ㆍ교육의 부담감으로 잊힌다.

그나마 아이들은 4차 산업혁명에 어떻게든 적응을 하겠지만, 제대로 변화에 대한 준비를 갖추지 못한 지금의 직장인들 상당수는 AI들에게 일자리를 내줘야할 지 모른다. 경제에서 인간의 역할이 생산이 아닌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창조적 활동으로 진화해야 한다. 생산의 ‘무고용 시대’는 결국 올 것이다. 인간의 새로운 경제역할이 중요하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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