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클릭! 이 공연ㆍ전시]중국 배경의 오페라 ‘투란도트’, 한국적으로 재해석된다
-올해 한국오페라 70주년ㆍ푸치니 탄생 160주년
-‘선택’에 대한 통찰 제시…동시대적 메시지 담아
-국내 실력파 중견 성악가ㆍ기대주 모여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작곡가 푸치니의 대작이자 마지막 작품인 ‘투란도트’는 얼음처럼 차갑지만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중국의 ‘투란도트’ 공주에 관한 이야기이다. 투란도트와 결혼하기 위해서는 그녀가 내는 세개의 수수께끼를 모두 맞혀야만 하는데, 그 중 하나라도 틀리면 참수형을 당하고 만다.

전쟁으로 인해 몰락한 타타르 왕국의 칼라프 왕자는 투란도트의 수수께끼에 도전한다. 세가지 문제를 모두 맞히지만 투란도트는 그와 결혼하기를 거부한다. 그러자 칼라프는 반대로 투란도트에게 하룻밤 사이에 자신의 이름을 알아내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놓겠다는 포고를 한다. 밤이 지나가면서 칼라프는 자신이 이겼다는 확신을 하게 되고, 이때 기쁨에 가득 차 부르는 아리아가 유명한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 아무도 잠들지 말라)’이다.
오페라 투란도트 포스터

투란도트는 왕자의 이름을 알아내기 위해 남몰래 그를 연모해온 노예 류를 고문하고, 류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진정한 사랑 때문에 자신을 희생한다’는 아리아를 부른 후 자결한다. 류의 희생 이후,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뜬 투란도트에게 왕자는 자신의 이름을 알려준다. 이튿날 군중 앞에서 투란도트는 “이 젊은이의 이름을 알아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랑!”이라 외치고, 두 사람의 입맞춤과 함께 막이 내린다.

작곡가 푸치니는 후두암 수술 후유증으로 3막 ‘류의 죽음’까지만 작곡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후 그의 절친이던 지휘자 토스카니니에 의해 푸치니의 제자 프랑코 알파노가 투란도트의 마지막 장면을 마무리지었다. 1926년 초연에서 토스카니니는 푸치니가 작곡한 장면까지만 지휘한 뒤 지휘봉을 내려놓고 관객에게 돌아서서 “마에스트로가 작곡한 것은 이 부분까지입니다”라고 이야기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서울시오페라단(단장 이경재)은 올해 한국오페라 70주년, 푸치니 탄생 160주년을 기념하는 첫 발걸음으로 ‘투란도트’를 선보인다. 올해 개관 40주년을 맞은 세종문화회관의 상반기 대작이자 1985년 창단 이래 지난 33년 간 한국 오페라계 초연을 이끌며 고전의 재해석에 힘써온 서울시오페라단이 처음 시도하는 작품이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선보이는 ‘투란도트’는 다가올 미래의 시공간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펼쳐 놓는다. 기계문명의 파괴와 재앙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칼라프 왕자는 빙하로 뒤덮인 생존자들의 땅에서 공주 투란도트와 조우한다. ‘당인리발전소(현 서울복합화력발전소)’를 작품의 모티프로, 동시대적 언어와 현대적인 해석을 반영한 것이 이번 무대의 특징이다. 지난 100여년간 해외 유명 오페라극장들이 베이징의 자금성으로 상징되는 중국풍 배경을 고수해온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연출가 장수동은 “오늘날 중국풍의 투란도트는 동시대의 고민과 요구를 담아내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전까지 없던 새로운 도전을 이번 작품에서 시도하고자 노력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덕분에 작곡가 푸치니 음악 본연을 최대한 살리면서, 관객의 상상과 사유를 자극하는 현대적인 시도가 이번 무대에 투영됐다.

무대디자이너 오윤균은 “현재의 시각과 사회상에서 접근하는 해석과 표현이 담길 예정”이라고 했다.

이번 공연에서 관객들은 작품의 핵심인 ‘투란도트의 3가지 수수께끼’를 칼라프 왕자와 함께 풀어가는 가운데 각자 처한 현실 속 문제에 도전하며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에 동참하게 된다. 문명의 종말을 앞둔 극한 상황에서 희망과 뜨거운 피를 품은 생존자들이 결국 사랑을 통해 난제를 극복하고 승리를 항해 인류가 함께 나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이번 ‘투란도트’는 개인뿐 아니라 당면한 사회 문제, 다가올 미래 앞에서 각자에게 던져진 ‘선택’의 문제에 화두를 던지고, 그 방향을 그려보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이번 공연은 소프라노 이화영ㆍ이윤정(투란도트 역), 테너 한윤석ㆍ박지응(칼라프 역), 소프라노 서선영ㆍ신은혜(류 역) 등 국내 실력파 중견 성악가들과 현재 유럽의 오페라극장 곳곳에서 극찬 받고 있는 기대주를 한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이번 ‘투란도트’를 통해 출연진과 관객이 함께 할 수 있는 자리 뿐만 아니라 ‘서울시오페라단 프렌즈’를 위한 혜택, 다양한 티켓 할인 제도 등을 마련해 시민들이 일상에서 더 많은 문화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공연은 4월26일부터 29일까지 목ㆍ금요일엔 19시30분, 토ㆍ일요일에는 17시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티켓가격은 2만~12만원이며, 4월27일 ‘문화가있는날’에는 A, B석에 한정해 50%가격에 판매된다.

/yeonjoo7@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