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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PAS] 패럴림픽서 ‘장애 흉내’ 빈축…30년간 우리는 얼마나 바뀌었나
[헤럴드경제 TAPAS=윤현종 기자] 패럴림픽 한복판 선수촌, 비장애인이 ‘장애인 흉내’를 냈다?

최소한의 상식을 가졌다면 비판받아 마땅할 일이다. 그런데, 실화다.

평창 선수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1일 12시∼12시 30분 사이 중앙무대 인근에서 보안(SECURITY) 유니폼 입은 남성 2명이 자기들 끼리 장애인이 걷는 모습을 흉내내면서 메인 엔트리를 향해 이동했다. 장애인을 비하한 것으로 보이는 걸음걸이였다고 이 관계자는 확인했다. 

[출처=3월 13일 페이스북 페이지 ‘평대전’]

사건 바로 다음 날인 12일 오전, 이들 인력을 관리하는 업체는 사실 확인 후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통해 즉각 사과했다. 선수촌 전역을 돌며 해당 근무인력 전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장애인 응대 요령 등 품행 전반에 대한 교육 또한 재차 완료한 것으로 파악됐다.

'88년 장애자 올림픽' 현수막[사진=e영상역사관]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1988년 ‘장애자(者) 올림픽’이라며, 장애란 단어 옆에 당당하게 ‘놈 자(者)’를 붙여 현수막을 내건 우리는 30년 간 얼마나 바뀌었을까. 패럴림픽에 관심이 있었을까.

#개막일도 잘 몰랐잖아요

평창패럴림픽 개막 1주일 앞둔 지난 3월 2일, 리얼미터가 한 매체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성인에게 물었다. “패럴림픽 개회식이 언제 열리는지 아십니까?”

3명 가운데 2명 꼴인 66.4%가 잘 모르고 있었다.

이 뿐 아니다. 정부는 작년 3월부터 9월까지, 두 달 간격으로 4차에 걸쳐 패럴림픽 관련 국민 인지도를 조사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조사가 거듭될 수록 패럴림픽 개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 비율은 대체로 낮아졌다.


패럴림픽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1차 조사땐 24.9%, 4차땐 22.9%였다.

반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았던 셈이다.

#입장권 매진?…그래서 노쇼는?

물론, 개막일이 임박하자 ‘패럴림픽 입장권 매진 임박’소식이 곳곳에서 들렸다.

그리고 개막 나흘이 지난 13일, 평창 조직위는 “12일까지 판매된 입장권이 목표치의 146%였다”고 홍보했다. 32만 장이 팔렸다고 한다.

만석에 가까울 것으로 ‘당연히’ 예상되는 좌석 현장은 14일 현재 아래와 같다.

[사진=연합뉴스]

다른 경기장에도 듬성듬성 빈 좌석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13일 아이스하키 경기 한국-미국전 경기다. 관객 앞뒷줄이 비어있다.

[사진=연합뉴스]

13일 휠체어컬링 경기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관계자는 14일 TAPAS팀과 통화에서 “빈자리는 많았는데 표가 없어서 관람을 못했다며 우리에게 문의하는 분들이 여럿 있었다”고 말했다.

강원도 지역 매체들은 “노쇼의 원인은 지자체 등이 단체로 산 입장권이 전체 판매량 80%를 차지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내부 자료라고 안 주시더라고요”

無관심은, 有관심으로 바뀔 수 있을까. 장애인 단체를 대하는 지자체의 대응을 보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1월 말 한 보고서를 냈다. 패럴림픽 준비과정이 여전히 미흡하다며 조목 조목 지적했다. 강원도 내 장애인 편의시설이 태부족이란 점도 꼬집었다. 강원도는 시설 정비를 끝냈다며 작년 말 보도자료를 냈다. 그러나 그 뒤, 구체적인 것은 알 수가 없다.

“얼마나 개선 됐는지, 뭘 어떻게 고쳤는지, 구체적인 자료를 강원도에 요청했었어요. 그런데 내부자료라 공개 하지 않는단 말만 하고, 그 이후에도 답신을 받은 적은 없었어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관계자)

장애인 단체도 잘 모르는 패럴림픽 시설 개선. 무슨 의미가 있을까. 

평창 패럴림픽 선수촌 [사진=연합뉴스]

#장애人을 장애者로 보는 시선

흔히 ‘일반(정상)인’으로 잘못 불리는 비장애인에겐 해프닝(?)일 수 있는 일도, 장애인 당사자에겐 씻기지 않는 상처다. ‘장애인 흉내’를 냈다는 그 선수촌 근무 인력은, 아직 안 나타나고 있다.

선수촌 보안팀 관계자는 13일 TAPAS팀과 전화 통화에서 “저희 측 인원이 장애인을 비하하는 것(걸음 걸이)으로 충분히 보일 수 있는 행동을 했다. 목격자 제보를 받고 진술을 들은 뒤 해당 인원을 색출하려 했으나, 증거 및 사진이 없어서 잡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건이 발생한 중앙무대는 CCTV가 없는 구역으로, 구체적인 행동 등의 확인은 불가능했다. 추가적인 목격자는 아직 없었다”고 덧붙였다. 관리업체 측은 해당 건의 추가 제보를 기다리고 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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