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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더’ 이혜영, 어떻게 이런 연기가 가능하죠?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요즘 ‘마더’를 보면 안울 수가 없다. 지난주 윤복(허율)이 임시보호소에서 수진(이보영)과 전화를 나누면서 시청자를 울리더니, 14일은 이혜영이 세상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장면으로 시청자를 또 한번 울렸다. 이혜영은 시청자에게 눈물만 흘리게 한 것이 아니라 모성에 대해 생각하게 하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혜영(영신 역)의 연기는 대담하며 섬세했다. 좋은 연기력이 연륜을 만나 더욱 깊어지고 원숙해졌다. ‘마더’의 모정은 이보영-허율이 중심이지만, 영신의 ‘마더’ 지분도 엄청난 것이구나 하는 걸 느끼게 해줬다.

이혜영은 보기만 해도 눈물을 흘리게 하는 표정과 연극톤 특유의 안정적인 발성이 ‘마더’의 무게감을 단단히 잡아주었다. 또한 이보영과 허율을 중심으로 이혜영과 남기애까지 애끓는 3대 모녀의 이야기가 눈물샘을 자극했다. 


15화에서는 영신(이혜영 분)이 주변을 하나씩 정리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 가운데 이진(전혜진 분)과 현진(고보결 분) 역시 수진(이보영 분)과 같이 입양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세 딸이 모두 입양아였다. 모성애는 낳지 않아도 기르면서 생겨나는 것임을 알려주었다

특히 사랑하는 이보영을 남기고 홀로 떠나는 어머니의 안타까움과 세상을 향한 감사함이 오롯이 느껴졌다. 이보영이 죽어가는 이혜영 옆에서 “엄마, 제가 못되게 군 것 다 잊어요”라고 말할 때도 눈물이 났다. 역시 최루성 멜로 연기는 이보영이 최고다.

영신의 둘째 딸 이진은 스스로 영신의 친딸임을 자랑스러워하며 살았다. 하지만 현진이 우연히 화단에 숨겨진 이진의 입양서류와 과거 비디오테이프가 담긴 상자를 발견하자 모든 비밀이 드러났다. 이진은 이미 갓난 아기 때 영신에게 입양된 것. 어린 수진이 자신처럼 엄마에게 버려진 사실을 알고 힘들어할 이진을 걱정해 입양사실을 영원히 비밀에 부치자고 했던 것이다.

더욱이 셋째 딸 현진 역시 영신의 입양 딸이었다. 현진은 영신의 매니저 재범(이정열 분)의 딸이었으나 영신이 전적으로 키우게 된 것. 이렇듯 영신은 수진-이진-현진 세 딸을 직접 낳지 않고도 그들을 사랑과 정성으로 길러내며 헌신적 모성애를 보여주었다. 수진이 현진에게 “누구의 딸이 아니라 그냥 너를 사랑했어”라고 말한 것처럼 영신의 차별 없는 사랑이 시청자들을 감동케 했다.

그런가 하면 영신은 수진의 친모 홍희(남기애 분)를 집으로 초대했다. 그리고 “나 죽으면 우리 수진이 엄마 돼주세요”라는 절절한 부탁을 건넸다. 홍희가 영신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거절하자 영신은 “내가 살면서 유일하게 원통한 거. 우리 수진이 낳지 못한 거.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사람. 수진이 낳은 사람”이라며 수진과 홍희가 혈연으로 연결되어 있음이 부러웠다고 고백해 가슴을 저릿하게 했다.

이어 수진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영신의 마음을 느낀 홍희는 수진의 배냇저고리와 아기 때 사진을 영신에게 전달해주었다.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아 든 영신은 수진의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물을 쏟았다. 낡은 배냇저고리에 얼굴을 묻고는 절대 가질 수 없는 수진의 시간을 가슴으로 함께 하는 영신의 모습이 눈물샘을 폭발시켰다.

한편, 무령의 임시보호소에 있는 윤복은 무령에서 서울로 가는 기차표를 사기 위해 돈을 모으고 지도까지 구했다. 그리고 영화관으로 단체관람을 온 날, 조심스럽게 상영관에서 빠져 나와 기차를 타는데 성공했다. 영신의 집까지 무사히 도착한 윤복은 드디어 수진과 감격스런 재회를 해 또다시 안방극장을 눈물로 물들였다. 수진은 홀로 서울까지 온 윤복을 보고 놀란 나머지 “그렇게 혼자 다니면 안 되는 거잖아”라며 진짜 엄마처럼 혼을 냈다. 하지만 윤복이 “나는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라고 울음을 터뜨리자 두 사람은 부둥켜 안고 눈물 지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수진은 집행유예 기간 동안 윤복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고 윤복을 잊기 위해 애를 써왔다. 그토록 보고팠던 윤복이 눈 앞에 있음에 감격을 금치 못했다. 그날 밤 윤복은 앞으로 그룹홈에서 살아야 하며 그곳의 이모를 엄마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해 수진을 슬프게 했다. 수진은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하면서 “니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하는 것처럼 엄마도 너를 생각할 거야. 그래서 울고 싶어도 참을 수 있을 거야. 그러다 보면 언젠가 우리 만나게 될 거야”라고 눈물로 약속했다.

이어 한밤 중 윤복은 영신과 마주했다. 영신은 윤복을 모진 말로 내쫓았다며 후회하던 상황. 이에 자신 앞에 윤복이 서있자 기뻐하며 윤복을 자신의 침대로 부른다. 영신은 윤복의 손을 잡고 세상과 천천히 작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윤복은 여덟 살 때부터 열 살 때까지의 수진을 상징하는 러시아 인형을 영신의 손에 쥐어주었다. 이어 영신은 “아. 너무나 아름다워 그 진가를 몰랐던 세상이여, 안녕”이라는 ‘우리 읍내’의 에밀리의 대사로 세상과 인사를 전하며 고고하고 우아한 배우임을 각인시켜주었다. 더욱이 영신은 마지막으로 “엄마!”를 부르며 세 아이의 진정한 엄마이자 그 자신도 누군가의 딸로 영원히 남았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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