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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릭! 이 공연ㆍ전시]용기있는 여성에게 보내는 유쾌한 찬사…뮤지컬 ‘레드 북’
-성추행ㆍ성차별 등 민감한 소재
-코믹하고 유쾌하게 풀어내 호응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최근 한국 사회 전반에 불어 닥친 미투 운동으로 공연계에서도 문을 닫는 극단이나 기획사 등이 생기고 공연제작이 취소되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는 요즘 더 주목해 볼 만한 뮤지컬 ‘레드북’이 한창 공연중이다.

뮤지컬 ‘레드북’은 영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슬플 때마다 야한 상상을 한다’는 엉뚱하지만 당당한 작가 안나가 여성의 욕망과 목소리에 주목한 글이 담긴 ‘레드북’이라는 잡지를 출간한 후 일어나는 사회적 파장과 그로 인해 수면위로 떠오른 시대의 통념과 편견에 맞서 나가는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지금 우리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2018 뮤지컬 레드북 [제공=PRM]

안나는 약혼자 앞에서 첫 경험을 고백했다가 파혼당하고 도시로 건너온 여인이다.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첫사랑 과의 야한 추억을 떠올리며 하루하루 굳세게 살아간다. 그런 그녀 앞에 어느 날 신사중의 신사인 브라운이란 청년이 찾아온다.

의도를 알 수 없는 브라운의 수상한 응원에 힘입어 여성들 만의 고품격 문학회 ‘로렐라이 언덕’에 들어가 자신의 야한 추억들을 소설로 쓰게 되면서 안나는 거센 사회적 비난과 위험에 부딪치게 된다. 하지만 안나는 남들이 원하는 모습대로 살지 않고 더욱 솔직하고 온전하게 자신을 드러내면서 당당히 삶을 지켜낸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내용을 코믹한 요소와 섞어내면서 자연스럽고 담담하게 그렸다.

뮤지컬 ‘레드북’에서는 성추행이나 성차별 등 민감하고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를 코믹하고 유쾌하게 풀어내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안나의 상황을 좀 더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이런 점에서 관객의 공감을 얻고 있다는 평이다. 용기 있는 여성들에게 보내는 가장 유쾌한 찬사라는 분석도 나온다. 

2018 뮤지컬 레드북 [제공=PRM]

‘레드북’은 ‘2016 공연예술 창작 산실 우수 신작’ 선정작으로, 지난 2017년 1월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가진 성공적인 시범공연으로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전무후무한 여주인공 캐릭터의 신선한 매력과 잘 짜여진 음악, 배우들의 호연이 뮤지컬 팬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은 이유다. 이미 창작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한정석 작가와 이선영 작곡가 콤비가 내놓은 작품이란 점에서도 뮤지컬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과 드라마 ‘보그맘’을 오가며 가장 바쁜 배우로 꼽히고 있는 아이비(안나), 제6회 예그린어워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뮤지컬 배우로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진 유리아(안나), 완벽하게 브라운으로 분해 안나와 사랑스러운 조화를 이끌어낸 박은석(브라운),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연기를 드러내고 있는 이상이(브라운)를 비롯해 명품 조연 김국희(도로시, 바이올렛), 윤정열(앤디), 허순미(줄리아), 이다정(메리) 등이 지난 공연에서 보여줬던 재미와 감동을 이어가고 있다.

좋은 음악과 시적이면서도 적나라한 가사 속에 웃음과 아픔이 있는 뮤지컬 ‘레드북’. 공연이 끝나고 나면 여주인공 안나가 불렀던 노랫말 “내가 나라는 이유로 지워지고, 나라는 이유로 사라지는~ 티 없이 맑은 시대에 새까만 얼룩을 남겨,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이 전하는 묵직한 울림이 오랫동안 기억날지 모른다.

yeonjoo7@heraldcorp.com

■뮤지컬 ‘레드북’
일시 : 2018년 2월6일~3월30일
장소 : 세종문화회관 세종M씨어터
티켓 : R 8만5000원, S 7만원, A 5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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