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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복(정민 지음, 김영사)=‘석복’(惜福)이란 복을 아끼라는 뜻이다. 현재 누리고 있는 복을 소중히 여겨 더욱 낮추고 검소하게 생활해 복을 오래 누리는 것을 말한다. 옛 사람들이 사랑한 이 말은 우리 삶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고전에서 시대정신을 길어 올리는 인문학자 정민 교수가 이런 정신을 기둥으로 100편의 글을 골랐다. ‘마음 간수’ ‘공부의 요령’ ‘발밑의 행복’ ‘바로 보고 멀리 보자’란 네 갈래로 나눠 곱씹을 만한 네 글자를 골라, 풀이하고 덧붙였다. 그 중 ‘소지유모(小智惟謀)’는 ‘못난 자가 잔머리를 굴린다’는 뜻. 수나라 왕퉁의 ‘지학’중 “권세는 무상한지라 어진 이는 믿지 않는다. 권세에는 흥함이 깃든 까닭에 지혜로운 자는 뽐내지 않는다”는 글에서 뽑았다. 저자는 이를 그침의 미학으로 풀이한다. ‘검신용물’(檢身容物)은 사소한 차이를 분별하라는 말로 몸단속을 이른다. 저자는 관대한 것과 물러터진 것, 굳셈과 과격함, 성질부리는 것과 원칙 지키는 것, 자리를 못가리는 것을 남들과 잘 어울리는 것으로 착각해선 안된다고 경고한다. 네 글자를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다.

▶리비우스 로마사|(티투스 리비우스 지음, 이종인 옮김, 현대지성)=매혹적인 문체로 유명한 고대의 가장 웅변적인 저술가 티투스 리비우스의 로마사. 2000년간 가장 정통한 로마이야기로 인정받는 이 책은 142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으로 집필됐으나 대부분 유실되고 현재는 가장 재미있고 유익하다고 인정받는 1-10권과 21-45권, 총 35권이 전해지고 있다. 국내 첫 출간된 이번 책은 원서 1-5권을 담았다. 1권은 아이네아스가 이탈리아에 도착한 것을 시작으로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로마를 건국하고 브루투스와 콜라티누스가 집정관으로 선출되는 것으로 끝난다. 2-5권은 로마에 공화정이 들어서고 갈리아인이 로마를 약탈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리비우스의 스토리텔링적인 기법은 딱딱한 역사서를 영화 보듯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게 이끈다. 로마사에 깊은 관심한 해박한 지식을 지닌 전문번역가 이종인의 섬세한 번역과 해설, 김덕수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의 간략한 해설이 이해를 돕는다.

소와 흙(신나미 교스케 지음, 우상규 옮김, 글항아리)=2011년 3월11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발생직후, 지옥이 돼 버린 피폭의 현장에 저자는 얼떨결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개와 고양이를 쫒다가 들어선 그곳에서 그는 한 무리의 농민들을 만나게 된다. 피폭된 소들을 살처분시키지 않고 돌본 소 사육사들이다. 저자는 원전사고 후 죽음의 땅에서 소와 함께 살고 있는 농민들을 4년간 추적했다. 도호쿠 지역 농민들은 국가가 20킬로미터 이내 가축을 모두 안락사시키라는 말을 어기고 가축을 돌본다. 이들의 저항에 일본 정부는 모든 걸 본인 책임으로 돌린다는 전제하에 일주일에 한두 차례 고방사선량의 지역으로 농민들이 드나드는 걸 허락한다. 이들은 일반인에 규정하고 있는 연간 1밀리시버트의 피폭선량에 노출돼 있지만 계속 소를 키워나가고 있다. “우리는 원전 때문에 피폭중이고 방사능으로 병에 걸릴 가능성도 높지만 결국 소를 선택했다”“안락사 처분에 맞서 소를 키운다는 것은 삶의 의미를 둘러싼 투쟁이다”는 이들의 목소리와 모험은 긴 여운을 남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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