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빚을 다 갚았다고?…자본주의 관계에서 완전한 상환은 없다
흔히 가계 및 국가 부채는 경제의 안정을 위협하는 요소로 지적된다.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가구당 평균 7022만원, 10가구 당 6가구 이상이 빚을 지고 있다는 통계다. 여기에는 학자금 빚에 향후 10년이상 저당잡힌 삶을 살아야 하는 대학생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국민 대다수가 채무의 덫에서 허덕대고 있는 셈이다.

자본주의의 작동 방식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온 이탈리아 출신의 사회학자이자 철학자 마우리치오 랏자라또는 ‘부채통치’(갈무리)에서 부채가 어떻게 우리의 삶을 예속화시키는지 자본주의의 발전과정과 사상가들의 사유를 천착해 나가면서 인간화의 길을 모색한다.


부채는 그에 따르면, 한마디로 현 금융자본주의의 동력이다. 사전적으로 부채, 즉 빌린 돈은 상환함으로써 채권 채무 관계가 해소되고 자유로운 상태를 회복될 것으로 여기지만 랏자라또에 따르면 금융자본주의에서 부채는 화폐에 의한 상환을 통해서는 결코 갚을 수 없고 지불할 수 없다. 현 신용자본주의 사회에서 채권과 채무자의 관계는 비대칭적인 권력에 기초하고 있고, 이는 자본에 의해 무한 지속되기 때문이다. “신용화폐 곧 부채로부터 자본에 대한 가치평가의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자본주의적 관계 자체가 소멸되지 않는 한 완전한 상환은 절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게 그의 시각이다.

랏자라또는 국가와 자본이 결합, 더욱 개인을 예속화시키는 통치방식에 근본적 물음을 제기한다.

저자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이윤과 금리, 세금이라는 세 개의 포획기구에 의해 작동한다. 1960년대까지는 이윤이 금리와 조세에 비해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면 신자유주의의 도래 이후에는 이런 관계가 역전돼 금리와 조세가 그 역할을 수행한다. 이런 관계는 금융위기, 국가적 부채 위기 이후 다시 바뀌어 조세가 가장 중요한 위치에 올라 현재 기술적 통치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위기에 책임이 없는 사람들이 세금을 내고 이렇게 걷힌 화폐는 위기에 책임이 있는 은행들과 채권자들에게로 들어간다. 채권자의 몫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의 빚을 세금의 형태로 개인에게 지우는 것이다. 저자는 이와 관련, “‘기술적’ 또는 ‘국가 구제적’이라고 부르는 위기에 대한 통치는 그 자체로 정치적”이라고 말한다. 이런 결과는 부의 편중현상으로 드러난다. 미국의 경우 국민의 1%가 국부의 40%를 소유하고 있으며, 프랑스 500대 부자의 부는프랑스 재정 자산의 10%에 해당한다. 세금이 “채권자·채무자, 자본·노동의 정치적 분할을 재생산”한다.

랏자라또는 이런 부채의 지배관계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키는 것은 정치적 행위를 통해 가능하다고 말한다. 금융위기 이후 일상화된 위기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시야를 넓혀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