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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미투’ 본질 훼손하는 진영논리와 가해자 가족 공격
‘미투(#MeToo)’ 바람이 들불처럼 번지며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각 분야에서 존경받던 거목들이 하루 아침에 파렴치한 성추문의 주인공으로 전락하는 일이 속속 벌어지고 있다. 급기야 천주교 신부까지 이 대열에 합류했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문화계와 종교계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 끝이 어디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을 정도다. 지금보다 열배, 백배의 곪은 상처가 사회 곳곳에서 터져나올 게 확실하다. 피해자들의 작은 용기가 세상을 바꾸는 거대한 동력이 된 것이다.

미투가 또 다른 바람을 일으키며 새로운 사회운동으로 발전하는 것도 고무적 현상이다. 그 유형도 다양하다. 성폭력과 성차별 타파를 위해 이제 여성이 변해야 할 ‘시간이 됐다’는 의미의 ‘타임스 업(Time’s Up)’ 성범죄 현장을 목격하거나 사실을 알게되면 먼저 나서자는 ‘미 퍼스트(Me First)’ 등이 그것이다. 피해자들을 지지한다는 ‘위드 미(With Me)’도 마찬가지다. 미투의 냇물이 새로운 연대들과 합류해 강을 이루며 바다로 나갈 때 세상은 분명 달라질 것이다.

정부도 적극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지지 의사를 밝히고 이 운동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사회 저변의 기류를 정확히 읽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경찰도 본격 수사를 시작했다. 조증윤 극단 번작이 대표를 성폭행 및 성추행 혐의로 긴급 체포했고, 19명의 관련 의혹을 확인중이다.

그런데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는 일각의 움직임은 실망스럽다. 우선 이념이나 진영논리로 접근하는 자세가 문제다. 가해자 가운데 이른바 진보 인사가 다수 포함됐다고 진영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거나 이를 공작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 모두 본질을 호도하는 행태다. 미투 운동은 보편적 인권의 문제일 뿐이다. 이제 막 시작된 고발의 열기가 진영 논란으로 잦아들지 않을까 걱정이다.

가해 당사자가 아닌 그 가족 구성원까지 무분별한 돌팔매질을 하는 것 역시 본질을 흐트리는 것이다. 최근 유명 배우 출신의 성폭력 의혹이 불거지자 가족 SNS 계정에 비난 글이 쇄도했다고 한다. 더욱이 “피해자 아빠에게 네 딸을 줘라”는 등 폭언은 있을 수 없는 또 다른 폭력이다.

성폭력 피해자는 씻을 수 없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안고 평생을 살아야 한다. 이들이 이같은 형벌을 받아야할 이유가 없다.

미투운동은 단순한 고발이 아니다. 성폭력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우리 사회가 똑바로 인식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더는 어처구니없는 희생자가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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