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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봄, 여름, 가을이 두려운 겨울 국가대표들
시골 농부들이 얼어붙은 논에서 자연석 컬링을 하고, 서울 주부들이 진공청소기 샷을 하자 아이들이 막대걸레질을 한다.

설 명절 윤성빈의 세배를 받은 국민들은 대관령 목장에서 비료푸대 썰매를 즐기고, 통영에서 루지를 탔다. 무주, 영천, 청양, 양평 등 전국에서 눈썰매, 얼음썰매 열풍이 불었다.

희망과 감동은 모두를 춤추게 한다. 얼음과 눈이 녹아도 국민은 초원 썰매를 타고, 진공청소기를 밀어보낼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자 겨울 스포츠 국가대표 선수들의 행로가 엇갈린다.

대부분 귀가하고, 영미, 영미친구, 영미동생, 영미동생의 친구 등으로 구성된 여자컬링팀은 오는 3월 17일부터 25일까지 캐나다 온타리오주 노스베이에서 열리는 2018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에 대비한 훈련을 시작했다. 남자컬링은 3월31일~4월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세계선수권에서 뛴다.

스노보드 알파인 종목 선수들은 다음 달 10일 스위스 슈쿠올 대회부터 남은 월드컵 일정을 소화한다. 월드컵 랭킹 4위인 모굴 스키의 최재우는 오는 3월초 일본 다자와코에서 열리는 시즌 마지막 월드컵에 출전해 평창에서의 아쉬움을 달랜다. 하지만 모두들 4월 이후 봄, 여름, 가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스럽다. 하계 선수들에겐 사계절 훈련장이 있지만, 동계올림픽 종목 중 하키, 컬링, 빙상을 제외하곤 대부분 겨울에만 훈련할 수 있다. 시뮬레이션 훈련만 가능하다.


그래서 동계 선수들은 개인 체력훈련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고, 직장이 있는 일부 선수들은 본업 후 틈틈이 개인훈련을 하게 된다.

극소수 선수들이 우리와 계절이 정반대인 뉴질랜드 등지로 7,8월 전지훈련을 떠나기도 하지만, 후원금이 넉넉하거나,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나라에서 밀어주거나, 학업이나 밥 벌이 걱정이 없는데 집에 돈이 많거나 하는 경우인데, 올 봄 이후 이에 해당하는 우리 동계 스포츠 국가대표는 거의 없다.

직장도, 학교도 없는 선수들은 ‘준(準) 백수’로 지내면서 외로운 훈련을 하게 된다. 민유라-겜린은 훈련비 후원금을 챙겨 그나마 다행이다.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대학팀, 실업팀, 프로팀이 즐비한 하계 종목 국가대표의 절반 가량이 무직이다. 사계절 훈련이 가능한 하계 선수들임에도 무직 선수들은 공식적으로 소집된 훈련에 한해, 월 118만원의 훈련비로 생계를 유지한다고 한다.

동계 선수들 중 무직자 비율은 이들보다 훨씬 높다. 실업팀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매니지먼트사를 마치 따박따박 월급 주는 직장 처럼 표기한 선수들도 많다.

대부분의 동계스포츠 국가대표들은 봄이 무섭다. 겨울 국가대표들의 밥 벌이 걱정은 축구, 야구 등 소속팀이 즐비한 하계 종목 국가대표 보다 더 심한 것이다.

밥벌이 문제를 넘어, 훈련비도 없다. 사계절 공식 훈련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훈련비 후원금을 모으지 못한 무직 국대들은 메달리스트라고 해서 봄 이후 걱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축구에 대한 민관 지원금의 100분의 1만 있어도 100만배 용기를 얻을 그들이다. 정부와 대한체육회는 물론이고, ’배추보이‘ 은메달리스트 이상호 등에게 아낌 없이 후원한 CJ 같은 키다리아저씨가 더 많아야 한다. 최고의 사회공헌이다.

하계 국가대표 처럼 동계 국가대표도 사계절 훈련을 하고 싶다. 온 국민에게 축구 이상의 큰 감동을 준 그들에게 따뜻한 봄이 왔으면 좋겠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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