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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 “민유라처럼, 최다빈같이”…평창, 세대 벽 허물다
동계올림픽 17일간 축제 폐막

부모들 “취업 힘들어도 당당하게”
자녀들 “88년 부모님 추억과 공유”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최초의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성사시키면서 평화와 화합의 올림픽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올림픽이 불러온 화합은 남북한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좀처럼 같은 화제로 대화할 일이 없던 가족들 사이에 경기 이야기가 공통 화두로 등장하면서 부모 자식 간에도 따뜻한 연결고리가 더해졌다. ▶관련기사 2·4·5·19면

시험과 취업에 도전하며 고군분투하는 자녀들을 지켜보던 부모 세대는 이번 올림픽에 출전해 도전정신을 빛낸 선수들도 자식 보는 심정으로 지켜봤다. 자식 또래의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부모세대는 우리 딸 아들도 “민유라처럼”, “김은정처럼” 할 수 있다며 자녀 세대를 응원했다.

대학생 남매를 자녀로 둔 주부 윤영미(54) 씨는 이번 올림픽을 지켜보며 두 자녀에게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에 출전한 민유라처럼 즐기자고 말했다. 의상 후크가 풀린 돌발상황을 마주해 기량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을 두 자녀가 닮길 바란 것이다.

윤 씨는 “아이들이 준비하는 시험을 목전에 두고 있다. 부모의 응원 한 마디가 괜한 부담감이 될까 싶어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었는데, 긴 말 않고 ‘민유라처럼 준비해서 최다빈처럼 클린 하자’고 한 마디 했더니 무슨 뜻인지 알아듣고 웃더라”고 전했다.

취준생 딸을 둔 아버지 김진용(54·가명) 씨도 자녀가 불모지에서 단번에 은메달리스트로 올라선 여자 컬링팀 김은정 선수처럼 용기를 가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 씨는 “자식들의 앞길을 탄탄하게 다져준 부모가 돼주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 딸은 김은정 선수만큼 똘똘하고 심지가 굳다. 자기 분야에서 스스로 인정받는 커리어 우먼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면접장에 가서도 김은정 선수처럼 떨지 않고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응원했다”고 말했다.

88년 이후에 태어난 자식 세대에게도 이번 올림픽은 특별했다. 부모님의 88년 서울 올림픽 이야기를 전해들으며 함께 관전하는 첫 국내 올림픽이기 때문이다.

직장인 김미래(28) 씨는 “30년만의 올림픽에 부모님의 감회가 새로우셨던 것 같다. 예전처럼 메달 색이나 종합 순위에 연연하기보다 넘어져도 꿋꿋하게 일어서는 선수들에게 응원이 쏟아지는 모습이 감동적이라고 하시더라”며 “평창 올림픽이 88년에 내 나이 또래였던 부모님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게 해준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최초의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보며 조부 세대를 이해하게 됐다는 반응도 있었다.

대학생 김준호(23) 씨는 “평범한 북한 사람들의 모습을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던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돌아가신 할아버지 고향이 이북이긴 하지만 북한을 한민족으로 생각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 때 북한 선수들이 남한 선수와 통역 없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이상하더라. 가족을 북한에 두고 온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kac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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