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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경총이 보여주는 경제단체의 참담한 현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차기 회장 선임 무산 사태는 오늘날 경제단체가 처한 현실을 민낯으로 보여준다. 정권 코드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갈등까지 얽키고설켜 1970년 설립 이후 48년만에 초유의 참극을 빚어냈기 때문이다.

경총은 새 정부의 노동정책에 반발하다 청와대로부터 양극화를 만든 당사자로 적폐의 대상이라 비난받은 후 제 목소리를 내지못하는 식물 단체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경총이 새 부대에 새 술을 담아 심기일전 하기는 커녕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참담하다못해 안쓰럽다.

게다가 정치 바람, 정권 코드의 얘기마저 흘러 나온다. 실제로 경총의 이번 차기회장 선임 과정은 의혹 투성이다. 회장을 최종 결정하는 전형위원회는 지난 19일 비공개 간담회에서 박병원 회장 후임으로 중소기업중앙회장 출신의 박상희 대구 경총 회장을 추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본인도 수락할 것이란 얘기를 공개적으로 해왔다. 하지만 22일 정기총회에선 결국 새 회장을 선임하지 못했다. 이에 대구경총 박 회장은 “전형위원 6명 가운데 5명이 대기업 관계자이고 중소기업 출신은 1명 밖에 없다”고 항의하는 등 큰 혼란이 빚어졌다. 중소기업 출신 회장 선임을 대기업 회원사들이 황급히 막았다는 것이다.

그가 정치인 출신(16대 새천년민주당 비례대표)이란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그건 오히려 정권 코드로 보면 장점이다. 차기 회장 선임 파행 사태에 여권 정치인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사용자 입장에서 오랜 경험과 노하우로 논리를 개발해 온 경총의 오랜 ‘지킴이’이자 ‘미스터 쓴소리’ 김영배 상임 부회장이 느닷없이 재신임을 받지 못했다. 박상희 회장은 그를 유임시킬 생각이었다는게 경총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결국 새정부 노동정책 관계자들에겐 눈엣가시 같던 김 부회장을 사퇴시키는 게 더 큰 목적이었다는 말도 나돈다. 후임 상근부회장으로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이 거론되면서 이런 의혹은 더욱 설득력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경총은 노사정위원회를 비롯한 각종 노사 관련 기구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유일한 사용자 단체다. 안그래도 새 정부 이후 노동시장은 ‘노조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 전면에 포진한 노동계 출신 인사들도 여럿이다.

경총은 지휘부를 뽑는 최소한의 자정 능력을 우선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 노총의 대척점에서 사용자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대변하는 기본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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