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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평창 올림픽과 가야사 복원 논란
평창올림픽 개막식을 보며, 일본의 한반도 지배를 미화하고 독도를 일본 땅으로 언급하는 외국 언론 보도로 전 국민이 충격을 받았다. 해당 언론사로부터 사과를 받아내어 다소 위안을 받았지만, 이것이 한두 언론인만의 오해가 아닐 수 있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면 마음은 더 불편해진다. 이는 그 동안 우리의 역사적 정체성을 규명하고 그것을 전세계에 알리는데 얼마나 노력을 했는가를 뒤돌아보게 한다.

때마침 ‘가야문화권특볍법’ 제정을 둘러싸고 가야사 연구에 대한 기대와 성급한 발굴 및 관광지개발 등으로 역사성을 훼손하는 문제가 초래될 것이라는 논란이 엇갈리고 있다. 주관부서에 대한 논란도 가세하고 있다. 이 법의 필요성 여부는 이상론적인 논쟁과 정치논리가 아닌, 역사적 정체성 확립과 약 8000억 수준에 불과한 문화재 관리예산, 개발현장 어디서나 나타나는 문화재 보존과 훼손의 딜레마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가야사 연구는 잊혀진 역사로 남아있는 우리 고대사의 한 축을 규명해 역사적 정체성을 바로 잡는 일 중의 하나다.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를 합리화하기 위해 가야가 일본의 지배를 받았다는 임나일본부설 등 한일간의 고대사 왜곡을 바로잡는 데도 중요하다. 가야사는 역사기록이 거의 없고 많은 유적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았다. 22개로 추정되는 가야제국들의 공간적 범역과 명칭에 대한 학설도 정립되지 못했다.

더구나 가야문화권에는 5개 광역시도와 46개 시군구가 속해있고, 발굴 및 복원, 관광시설 설치를 둘러싼 시도간ㆍ지자체간 과열경쟁은 이미 현실적 위험이 되어있다. 졸속 발굴과 충분한 역사적 실체 규명을 거치지 못한 유산이 지역활성화라는 미명하에 훼손되는 것을 막으려면, 가야의 역사성 규명과 체계적인 활용 틀을 만드는 법이 필요하다. 법 제정을 둘러싼 이상론적 논쟁보다는 상정된 법 내용 중 개발지향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거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는 현실적 논의가 더 절실하다.

주관부서 논란도 부처간 주도권 문제가 아닌 개발과 보전의 사전적 갈등관리체계 구축 및 각 전문 부처의 상호 협업 체계 차원에서 조명돼야 한다.

가야문화권의 역사성을 보존하고 지속 가능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고분 등의 일부 문화유산을 점적으로 보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방대한 지역에 흩어진 궁궐추정지, 국방 및 생활유적 등을 찾아내 체계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지역들에 대한 역사문화환경 및 역사문화축 조성이 필요하다.

장단기적으로 발굴이 필요한 지역에 대해서는 기존의 도시계획이나 개발계획을 조정할 필요성도 있다.

이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지자체가 성급한 관광자원화를 위해 졸속 발굴ㆍ복원 등을 추진하지 않도록 하는 대안도 필요하다. 도로, 관광시설 개발과 연계해 유적 발굴과정과 가야사의 역사성 규명과정 자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건물지, 초석 등을 보존처리해 가야문화의 공간 구조와 역사적 실체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 역사성 규명의 전문부처와 공간관리 전문부처의 긴밀한 협조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지금은 문화가 도시와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이다. 많은 예산이 일시에 투입되는 것은 성급한 발굴 및 개발사업을 촉진해 지역의 역사성과 관광 경쟁력을 훼손할 위험이 크다. 적정 수준의 예산이 지원되어, 긴호흡으로 추진되는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가야만이 아니라 마한 등 우리의 고대사는 아직 미지의 역사다. 외국의 역사왜곡에 흥분하기보다 우리 국토의 역사적 정체성을 차분히 밝혀나가는 현실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 법은 문화재청과 국토교통부의 실천적 협업을 제도적으로 구축된 첫 사례다. 양 부처의 상시 협력체계로 발전시켜, 생활공간에서 지역의 역사성이 보존되고 진화되는 체계를 구축하고, 국토품격과 문화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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