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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른들의 ‘총놀이’에 우린 삶을 잃었다”…‘정치와 싸움’ 나선 美고교생들
총기참사 고교 재학생 “부끄러운 줄 알라”
내달 24일 ‘생명을 위한 행진’
트럼프, FBIㆍ민주당 탓…맹비난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어른들이 노는 동안 우리는 삶을 잃었다.”

최근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플로리다주 고등학교 총격 사건에 분노한 고교생들이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전미총기협회(NRA)의 지원 아래 총기규제를 느슨하게 만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치인들에겐 “부끄러운 줄 알라”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이번 사건을 교착 상태에 빠진 총기규제 논의의 ‘터닝포인트’로 만들겠다며 내달 대규모 행진도 예고했다.

총기 참사가 발생한 파크랜드 소재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의 일부 학생들은 18일(현지시간) 미국 ABC, CNN 방송과 잇따라 인터뷰를 하고 “내달 24일 ‘우리의 생명을 위한 행진’에 나설 것”이라며 “이와 관련된 집회가 전국에서 계획돼 있다”고 말했다.

사진=AP연합

이 학교 학생인 캐머런 캐스키는 “어른들이 (총기규제를 둘러싼) 놀이를 벌이는 동안 우리는 삶을 잃었다”며 “이번 일은 공화당이나 민주당의 문제가 아니다. NRA에서 돈을 받은 정치인 그 누구든 책임이 있다”고 일갈했다.

또 다른 학생인 에마 곤살레스도 “전국의 학생들이 다음 달 행진에서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며 “어른들이 우리를 실망하게 한 만큼 아이들이 변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곤살레스는 전날 포트로더데일 연방법원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집중포화를 쏟아내 주목 받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게 와서 얼굴을 맞대고 이번 일이 끔찍한 비극이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한다면 난 기꺼이 그가 NRA로부터 얼마를 받았는지를 묻겠다”며 “사실 난 이미 답을 알기 때문에 상관없다. 대통령이 받은 돈은 3000만달러”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총격 사건 후 보여준 ‘책임 전가’와 ‘미지근한 반응’은 고교생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미 연방수사국(FBI)이 이번 총격범이 위험하다는 제보를 받고도 신속한 대응에 실패했다고 비난하면서 이는 2016년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문제에만 집중한 탓이라고 개탄했다. 민주당에 대해서는 그동안 상원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한때 하원도 장악했으면서 총기 규제법을 하나도 통과시키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이 학교 학생인 데이비드 호그는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대통령이다. 그가 할 일은 이 나라를 통합시키는 일이지, 우리를 분열 시키는 게 아니다”라며 “어떻게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있냐”고 목소릴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의 별장에 있으면서도 일련의 트위터 비난 글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학생들의 비난이 이어진 뒤 하루 이상이 지나서야 백악관은 대통령이 21일 불특정 학생들을 만나고 22일에는 주 정부와 현지 보안담당 공무원 등을 면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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